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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공정성·속도에 성패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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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0 23:09:28 수정 : 2021-09-10 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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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4일 만에 전격 압수수색
적법성 놓고 김웅 의원과 마찰
결과 따라 대선 판도에 큰 영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과 지역구 사무실 및 주거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등 5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6일 고발장 접수 후 4일 만이다. 하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의원과 적법성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게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직 야당 의원에 대한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압수수색도 모자라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을 밀어붙였다”는 논평을 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의원실을 압수수색했고, 영장에 없는 보좌관 PC까지 포함시킨 것은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영장에 적시된 대로 진행했다”고 반박했지만 수사팀의 경험 부족이 드러난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의혹의 주요 쟁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인사에 관한 고발장이 손 검사를 통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김 의원에게 전달됐는지와 8월 실제 고발장에 내용이 반영됐는지, 그리고 윤 전 총장이 인지했는지 여부다. 손 검사와 김 의원, 윤 전 총장 모두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혀 진실은 미궁속에 빠져 있다. 스모킹건을 쥐고 있을지도 모를 이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강제수사 없이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한 판국이다.

 

대검 감찰부는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거들었다. 범죄를 징벌하기 위한 수사기관들의 신속한 공조는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의 수사·기소권을 둘러싸고 공수처와 권한 다툼을 벌여왔던 검찰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색하다. 검찰총장과 대검 감찰부장의 친정권 성향 때문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보자를 국민권익위원회 심사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공익신고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도 석연치 않다.

 

공수처의 수사결과는 6개월 남겨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엇보다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 이번 수사로 공수처의 능력과 중립 의지도 심판받게 될 것이다. 수사 결과가 불공정하고 편향적으로 비칠 경우 공수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일각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수사는 공수처에게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공수처는 사실과 증거만 따라가는 엄정한 수사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자체적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여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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