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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예비군은 1·21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 사건을 계기로 1968년 창설됐다. 예비군은 275만명 정도다. 숫자는 많지만 전투원으로서 능력 발휘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전 세계 예비군 보유국가 중 훈련시간이 가장 짧다. 이스라엘 55일, 북한 40일, 미국 38일, 대만 30일인 데 반해 한국은 고작 3일이다. 제대로 된 전투력을 갖추고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군은 효율적인 예비군 동원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매년 사병 봉급은 인상하면서도 예비군 예산은 쥐꼬리다. 올해 국방비(52.8조원)의 0.4%인 2346억원에 불과하다. 예비군 관련 예산이 전체 국방비의 9%를 차지하는 미국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이러니 전투물자 상당 수가 부족하거나 낡은 게 이상하지 않다. 훈련장 시설도 마찬가지다. 저품질 훈련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생업을 멈추고 2박3일(28시간) 동원훈련에 참가한 예비군에게 주는 훈련보상비가 4만7000원이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예비군들의 애국페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1975년 창설한 민방위는 ‘안보 불감증’이 커지면서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 민방위훈련을 할 때면 훈련 참여는커녕 ‘왜 불안을 고조시키나’, ‘사이렌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하철역, 건물 지하 등 전국 1만8000여 곳의 대피시설 위치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된 탓에 긴장감도 떨어진다.

북한이 엊그제 정권수립기념일(9·9절)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전략무기 대신 우리의 예비군 또는 민방위 격인 노농적위군이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웠다. 노동자와 농민의 붉은군대를 의미하는 노농적위군은 1959년 창설된 북한 최초의 민간 군사조직이다. 570만여명이나 된다. 평시에는 공장과 농장에서 일하면서 민방위 업무를 하고, 유사시 정규군 보충과 군수품 수송 임무를 수행한다. 100% 개인화기로 무장, 언제든지 무장세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시늉만 하는 민방위훈련과 무늬만 예비군들이 이 노농적위군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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