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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공동지식’ 봉쇄… 역사 속 독재자들의 생존법칙

입력 : 2021-09-11 02:00:00 수정 : 2021-09-10 21: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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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진/곰출판/1만6000원

독재의 법칙/한병진/곰출판/1만6000원

 

1979년 1월, 이란혁명이 발발하면서 팔레비 국왕이 퇴위하고 2주 뒤에 망명 중이던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돌아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됐다. 그는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새 헌법을 통과시키면서 확고부동한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혁명 2년 전에만 해도 호메이니가 이란의 최고 권력자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팔레비 국왕의 최대 정적이자 반대 세력의 지도자는 눈빛이 강렬했던 이슬람 사회주의자 알리 샤리아티였기 때문이다. 샤리아티가 1977년 죽으면서 호메이니는 비로소 반대 세력의 구심점이 됐다.

권력투쟁의 초기에는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한병진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전작(‘광장의 법칙’)에서 정치 공간인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 기술을 들려준 한 교수는 신간에서 독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무너지는지를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운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권력투쟁의 초반은 권력투쟁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거의 전부라고 분석한다. 보통 초기에 권력을 장악하면 점점 격차가 벌어질 뿐, 역전이나 반전이 거의 없다는 거다.

소련의 철권 통치자 이시오프 스탈린은 러시아혁명 직후에는 화려한 언변의 트로츠키나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지노비예프에 비해 별 볼 일 없는 인물이었다. 그저 귀찮은 업무를 열심히 처리하는 관료에 지나지 않았지만, 당 서기장이 된 뒤에는 권력을 확 틀어쥐었다. 단 한 번도 역전이나 틈을 허용하지 않고.

이와 함께 권력투쟁은 매 순간이 독립적이지 않고 한 번 권력을 차지하면 힘이 쏠리게 되고, 권력 강화를 위해 주기적인 숙청이 이뤄지며, 누구도 나눌 수 없게 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민 다수의 기대와 예상이 하나로 수렴할 수 있도록 돕는 통념이나 여론, 신념, 법 등의 ‘공동지식’이 민주주의와 독재를 구분하는 대표 요소라며 독재 권력은 시민들 사이에 공동지식이 형성될 계기를 주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한다고 지적한다. 즉 언론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핵심 대중이 결집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서 민주주의 균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악한 이데올로기가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을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정직성만큼이나 우리의 정의로움도 허약하다. 우리는 부정의보다 정의를 원한다. 단, 자신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는 한에서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정의한 강자에게 핍박받는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 하지만, 편이 나뉘는 순간 정의로움은 허망하게도 갈라진 바닥 틈 사이로 사라져버린다… 어중간한 정직성과 정의로움에 정치적 양극화가 더해지니 내로남불의 싸움이 판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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