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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치맥 먹방은 대박”… ‘K-단어’ 품은 옥스퍼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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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0 00:25:13 수정 : 2021-09-10 09: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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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신규 추가 소식을 ‘대박’으로 전하는 옥스퍼드영어 사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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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OED)이 최신판에서 한꺼번에 한국어 단어를 26개나 표제어로 추가했다. 그만큼 한국 문화 저변이 최근 급속도로 세계에 확산한 결과다. OED를 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옥스퍼드 랭기지(Oxford Languages)는 이런 소식을 9일 공표했는데 심지어 한글로 작성한 보도자료는 이를 “정말 ‘대박(daebak)!’이다”라고 평가했다.

 

옥스퍼드랭기지는 이날 사전 최신판에 26개 신규 등재를 포함해 35개 이상의 새로운, 혹은 수정된 한국어 단어가 올라간다고 발표했다. 아예 한국어 표제어를 ‘K-단어’로 분류한 옥스퍼드랭기지는 이 보도자료에서 OED에 수록된 가장 오래된 한국어인 ‘Korean’의 등재 역사부터 짚었다.

 

“원래는 ‘Corean’으로 표기되었던 것이 K의 Korea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였는데 같은 시기에 Korean은 ‘한국어’를 의미하는 명사로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Korean’은 1933년 처음으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었고 이번 판에서 완전 개정이 이루어졌다. 영어 단어 Korea와 Korean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왕국의 이름인 한국어 단어 ‘고려(Goryeo 혹은 Koryŏ)’에서 왔다. 고려는 1392년 ‘조선’으로 1897년 ‘한’으로 바뀌었지만 영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에서는 ‘고려’를 기반으로 한 형태가 지속해서 사용되었다.”

2021년 9월 옥스퍼드영어 사전에 새로 등재된 한국어 표제어

OED는 이어 한류가 확산하면서 Korean이 K로 축약돼 다른 명사들과 결합해서 한국이나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된 명사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단어인 K-pop이 1999년 빌보드 잡지에 처음 등장했으며 OED에는 2016년 등재됐다고 짚었다.

 

이어 “K-pop과 K-drama(로맨틱 장르인 ‘사랑의 불시착 Crash Landing on You’이나 역사 좀비 스릴러 장르인 ‘킹덤 Kingdom’과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팬들은 제목이 무엇이든 K-drama는 어떠한 장르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의 성공은 지금 너무나 널리 퍼져 있어서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이름으로 옥스퍼드 사전에 막 등재됐다”며 한류를 뜻하는 ‘hallyu’와 ‘Korean wave’가 OED에 정식 등재됐음을 밝혔다.

 

아울러 OED는 한국의 전통 의상인 ‘hanbok’과 한국의 무술인 ‘Tang Soo Do’도 표제어로 새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한국의 문자 이름인 ‘Hangul’, 한국 전통 음악과 시의 이름인 ‘sijo’, 널리 퍼진 한국 무술인 ‘taekwondo’는 이번에 개정이 이루어진 표제어라고 OED측은 설명했다.

 

다양한 한글 호칭도 OED에 새로 등재됐다. OED측은 “‘noona’는 남성이 손위 여성 동기간이나 나이 많은 여성 친구를, ‘oppa’는 여성이 손위 남성 동기간이나 나이 많은 남성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unni’는 여성이 손위 여성 동기간이나 나이 많은 여성 친구를 부르거나 지칭할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옥스퍼드영어 사전이 새로 올리거나 수정한 한국음식 관련 단어 및 설명

‘오빠’ 등이 세계적인 관심을 얻어 OED에 등재된 것에는 K-pop, K-drama 열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OED측은 “‘oppa’와 ‘unni’는 한국 밖에서 사용될 때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어왔다”며 “K-pop이나 K-drama 팬들은 ‘unni’를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여성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 반면에 동남아시아에서 ‘oppa’는 매력적인 한국 남성, 특히 유명한 배우가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용례로 이민호, 박서준, 이종석, 지창욱 등 한류스타가 ‘ultimate oppas’로 명명된 2021년 초 트위터 글을 인용했다.

 

이밖에도 OED측은 ‘PC bang’, ‘skinship’ 등을 사전에 추가했다. 스킨십에 대해선 “보통 대부분 부모와 자식, 연인 사이나 친구 사이의 신체적인 접촉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애정을 표현하거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해 주는 방법으로 간주된다”며 “K-drama 팬들이 좋은 스킨십 장면이 있는 시리즈를 추천하거나 K-pop 팬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 사이의 최신 스킨십 디스플레이를 쏟아내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나날이 외국에서 인기가 늘고 있는 한국 음식 역시 대거 OED에 추가됐다. 김치와 함께, banchan(반찬), samkyeopsal(삼겹살), galbi(갈비), kimbap(김밥) 등이 새로 등재됐다. 치맥에 대해선 “chikin의 chi-와 maekju의 maek-이 결합한 이 단어의 사용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프라이드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2014년 K-drama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한국 밖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한국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주인공이 지속해서 치맥을 갈구하고 또 먹으면서 한국 프라이드치킨의 대유행이 중국과 그 이외의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40만 개 넘는 단어를 수록한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사전이다. 1857년 편찬이 시작된 뒤 1928년 초판 완성까지 71년이 걸렸다. 이 작업에 동원된 언어학자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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