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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②] “라떼파파가 뭐죠?” 육아천국 스웨덴의 이유 있는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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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9 21:32:40 수정 : 2021-09-09 2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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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선진국 스웨덴을 가다’ 특별인터뷰② 라떼파파(육아에 진심인 아빠) 편

정말로 유모차를 끄는 남성이 그렇게 많을까? 스웨덴에 가면 말로만 듣던 ‘라떼파파’의 진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수년간 스웨덴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완전히 자리잡혔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기사로 접하긴 했지만 실제 현실은 어떤지 궁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곳에서 남성의 동등한 육아 참여는 ‘기본값’이었다. 너무 당연하기에 굳이 ‘라떼파파’ 같은 말로 수식할 필요조차 없다. 이 단어는 현지에서 오히려 쓰임이 어색하다. 그 정도로 육아에 진심인 사회다.

 

스톡홀름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숙소를 나서자마자 유모차를 끌고 아침 산책에 나선 아빠들을 마주했다. 이웃 아빠 두 명이 함께 유모차를 끌기도 하고,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카페 앞에는 유모차를 세우고 잠시 커피 한 잔 하는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하교 시간에는 아이 손을 잡고 책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남성들이, 그 이후엔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공원을 달리는 이들이 포착됐다. 

지난 8월 말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왼쪽)과 남부도시 말뫼에서 각각 포착한 육아하는 남성들의 모습.

동네 놀이터와 공원은 말 그대로 육아 가족들의 천국이다. 모래밭 한 편에는 유모차, 아동용 좌석이 뒤에 달린 자전거, 아이를 상자에 싣고 달리는 카고바이크 등이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국토 면적이 넓어 자전거를 많이 타야 하는 나라인지라 아이를 안전하게 태우거나 장을 봐 이동하기 용이한 카고바이크 문화가 확산돼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있는 여성의 수와 남성의 수가 비슷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남성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법이 제정(1991)된 이후 육아하는 남성의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법이 먼저 마련되고 그에 따라 규범이 달라졌다. 이제 스웨덴에서 남성의 육아는 여성의 육아와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시간 참여하는 성격으로 정착했다. 누구도 대낮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 중인 남성을 어색하게 보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육아휴직을 고려해 대체인력을 뽑는다. 여성의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휴직이 회사 입장에서 특별히 더 부담이 될 이유가 없으므로 채용 시에도 이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린 자녀가 아프면 엄마든 아빠든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내거나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법과 제도가 단단히 뒷받침하고, 민간 회사들도 직원들이 이를 마음껏 활용하도록 장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세 차례의 대대적인 육아휴직 제도 개혁이 있었다. 남성에게도 육아휴직 권리를 부여한 최초 국가인 스웨덴 역시 처음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 1974년 양부모 모두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부모휴가’를 도입했지만 남성들은 사용하지 않았고, 여성에게 양도함으로써 여성의 육아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을 정비했다. 1991년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도입해 아버지가 의무적으로 30일을 사용하도록 했고, 2002년 이를 60일, 그 후에는 90일로 할당일을 늘려갔다. 현재는 남성들이 평균 100일을 훌쩍 넘는 일수를 육아휴직에 쓴다. 육아휴직 사용비율도 1974년 0%에서 2021년 현재 30%대로 높아졌다.

 

◆ 스웨덴에서 만난 아빠들

 

“아이가 두 달 뒤면 유치원에 가야 해서 잠자는 시간을 바꾸는 연습 중이에요. 그래서 인터뷰 일정을 조정했으면 합니다.”

 

지난 달 26일 오전 11시 인터뷰 예정이었던 요한 올드브링씨가 취재진에게 이렇게 전해왔다. 기존에 2회였던 낮잠 횟수를 유치원에 가기 전 1회로 줄이려 하고 있어 인터뷰 시간을 당겼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디테일에서 ‘프로 육아러’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스웨덴 남부도시 말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취재진을 초대했다.

지난 달 26일 말뫼에 거주하는 요한 올드브링씨가 육아휴직 기간 15개월 된 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트 프로듀서로 일하는 올드브링씨는 지난 4월부터 6달의 육아휴직 기간을 갖고 있다. 식탁에 앉은 그의 옆으로 아기 식사용 앞치마가 널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15개월 된 그의 딸은 거실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첫 육아는 모두에게 다 힘들다”는 답이 돌아온다. 특별히 아빠라서 아이를 돌보는 게 더 힘들거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생애 처음인 것은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엄마와 아빠가 동등한 시간 육아에 참여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이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이것을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올드브링씨는 “처음에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며 “계획을 해 봐도 다 계획대로 안 되니 미리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른 아빠들을 만나 어울리면서 막막함을 한층 덜었다. 아이들도 서로 놀 상대가 생기고, 다른 집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디 놀이터를 가면 좋은지 등을 아빠들끼리 공유한다고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흉내만 내는 수준이 아니라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점은 이렇게 알 수 있었다. 아빠들의 ‘육아 동지화’를 통해서다. 서로 육아의 어려움과 보람을 나누며 힘이 되어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마와 아빠가 동일하게 양육자가 된다는 인상을 확산한다.

 

말뫼에서 만난 또 다른 남성 마틴 야르보씨도 “스웨덴 사회는 아빠들의 육아가 남성의 사회교류 방식으로도 정착한 모습”이라며 “놀이터나 도서관에 가면 비슷한 육아 고민을 가진 아빠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동지애를 다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직 중인 사람은 일체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일하는 쪽이 편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여자, 남자의 구분이 정말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드브링씨 역시 현재 집에서 모든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일에 매진할 수 있다. 그는 “아내와 최대한 같은 기간 육아휴직을 쓰려고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육아휴직이 어색한 아빠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올드브링씨는 “일단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점차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며 “물론 스웨덴은 커리어에 대한 지장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분위기이고, (남성 육아휴직을) 나만 쓰는 게 아니니까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말뫼의 한 놀이터에서 만난 클라우스 옌손씨도 “육아휴직이 경력에 지장을 주는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휴직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다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일하는 남성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들이 남성의 육아휴직 또한 우리의 권리라는 주장을 했고, 이것을 위해 열심히 투쟁을 했기에 얻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 출신 직장 동료들은 이러한 스웨덴의 분위기를 처음엔 놀라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이런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법을 통해 규범을 바꾸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정착시키는 선순환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드브링씨는 “남성인 자신 또한 가정에서 해야하는 일을 똑같이 경험해 볼 수 있고, 아내와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좋다”며 “아이 입장에서도 엄마, 아빠와 친밀감을 동등하게 느끼기 때문에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6일 말뫼시립도서관 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난 육아휴직 남성 크레이그씨와 그의 아들

올드브링씨 집을 나선 후 오후에는 말뫼시립도서관을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어린이도서관(0-8세 대상의 카니니 도서관)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 역시 어린 자녀와 아빠들이 많이 오는 단골 장소다.

 

카니니 도서관의 사서 샬리씨는 “아빠들이 약속 장소로 도서관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엄마들도 많이 오지만 아빠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크레이그 씨는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온 지 3년 된 남성으로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어린이도서관을 찾았다. 그는 육아를 해 보니 어떠냐는 물음에 대뜸 “스트레스 받죠”라고 첫 마디를 던졌다. 솔직한 대답에서 오히려 육아하는 이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는 “처음 육아를 해 봤는데 너무 힘들고 패닉”이라며 “내년 2월까지 육아휴직할 계획인데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육아의 현실적인 고됨을 생각하면 육아휴직 초기 부모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중요한 건 이를 여성과 남성 모두 직접 경험해 봐야 그 어려움도 기쁨도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크레이그씨는 “스웨덴 여성과 결혼해 이곳에 정착했다”며 “내가 어렸을 때 아빠를 많이 어색해하고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아들이 나를 훨씬 더 잘 아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영국 역시 유럽에서는 일을 많이 하는 편으로 알려진 나라다. 아빠의 육아와 관련해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크레이그씨는 전했다.

지난 달 26일 말뫼 시내에서 각각 만난 자크씨와 클라우스 옌손씨가 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말뫼도서관을 나서며 만난 자크씨 부자로부터는 한국에서라면 다소 재밌게 보일 수 있는 카고바이크 사진을 건졌다. 아이를 안전하게 앞쪽 상자에 태우고 이동이 용이해 이곳에서는 카고바이크가 자주 활용된다. 위에 비닐을 씌우면 궂은 날씨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하다.

 

4살 난 아들을 자전거에 태운 자크씨는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아이를 키우기 가장 좋은 나라”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육아휴직 중은 아니지만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자주 같이 도서관에 온다고 했다. 이날은 그가 주중 하루 휴무를 갖는 날이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본인도 재미있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같이 나온다고 한다.

 

자크씨는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 ‘넌 여자 아이니까’, ‘남자 아이니까’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모두를 똑같이 대한다” 며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적극적이기 때문에 자녀 역시 엄마와 아빠를 똑같이 찾는 점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인터뷰 후의 단상

 

스웨덴 라떼파파의 성공 사례는 혼인·출산율 제고를 위한 성평등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남성이 가족을 돌보는 기회를 늘리는 것’ 말이다. 일·가정이 양립 및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우 이미 삶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경제적 참여를 늘리고 자립할 힘을 기르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반면 여러 나라에서 아직 남성의 변화는 조금 더딘 것이 사실이다. ‘라떼파파’라는 단어에 호들갑 떠는 외국인 취재진들에게 스웨덴 사람들은 “아빠가 자기 아이를 보는 것이 대체 무엇이 특별하냐”고 되묻는다. 이 감성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결국 성평등 사회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사회 여러 주체가 함께 변해야 하는 몫이다.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민간 영역에서는 이를 편법이나 꼼수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수용해야 한다. 일하지 않고 아이를 보는 남성, 육아를 남편에게 맡기고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도 거둬야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남성은커녕 여성의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 이번 주만 해도 지난 6일 남양유업이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성 팀장에게 보직 박탈 등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충격을 줬다. 제보자는 “남양유업 회장이 여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지금 못 견디게 해”라고 하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혼인율과 출산율은 바닥을 찍고 있고, 답을 찾지 못한 채 비혼을 다짐하는 젊은이가 나날이 늘어가는 상황. 한때 전통이자 힘이었던 한국의 가족중심주의는 변화하는 시대상에 업데이트 되지 못한 채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스웨덴을 방문하면서 느낀 건 이 나라가 상당히 가족중심적이라는 점이었다. 일·가정 양립에 큰 가치를 두는 북유럽의 가족주의는 가족을 중시하지만 가부장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가족을 지향한다. 가족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진화한 버전이다. 이런 형태라면 가족주의 또한 트렌디한 무엇이 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남겼다. 

 

겨울이 길고,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곳 특유의 문화가 빠른 변화를 촉진시킨 부분도 있을까. ‘가정을 잘 꾸리고, 가족과 잘 지내는 것’에 그만큼 진심이기 때문에 남성도 여성도 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는 현지인들로부터 “정작 이곳에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인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 답을 들었다.

 

무엇이 원인이든 모두에게 선택과 기회의 자유가 좀 더 열린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만큼은 부정하기 힘들듯 하다. 한국의 가족주의도 성평등 패치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업그레이드 한다면 불가능한 결말은 아닐 것이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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