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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병원 갈 수 있게 됐다” 75년간 무적자였던 ‘절도범’ 할머니의 눈물

입력 : 2021-09-09 18:23:06 수정 : 2021-09-09 1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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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경찰서 관계자가 절도 용의자인 할머니와 함께 관할 동사무소를 찾아 긴급생계지원 요청을 돕고 있다. 충주경찰서 제공

 

경찰이 75년간 주민등록 없이 ‘무적자’로 지낸 할머니의 호적을 찾아준 훈훈한 미담이 화제다.

 

9일 충북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역내에서 발생한 30여건의 농산물 절도(피해액 약 380만원) 용의자로 75세 할머니를 체포했다.

 

경찰은 조사를 진행하던 중 이 할머니의 지문이 등록돼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열두살 때 부모를 잃고 세살 터울인 언니가 돈을 벌어 온다며 떠난 뒤 줄곧 혼자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식모살이와 식당일로 돈을 벌었던 할머니는 60대에는 충주시 주덕읍의 한 여인숙에 자리를 잡고 산나물을 캐 장터에서 팔아 생활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여인숙 월세 15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그는 결국 다른 이의 농작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지금의 처지에 이르렀다.

 

경찰은 주거 부정을 이유로 할머니에 대한 구속영자을 신청할 방침이었으나 호적조차 없는 딱한 사정에 불구속 송치를 결정했다. 또 재범을 막기 위해 그가 호적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먼저 연락을 위해 할머니의 휴대전화부터 개통했으며, 현재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호적 창설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관할 동사무소에 긴급복지 서비스를 요청해 정기적으로 쌀과 마스크를 받도록 도왔다. 앞으로 호적이 나온다면 기초생활 보장 수급비와 주거 공간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김형환 온라인 뉴스 기자 hwan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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