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자신의 기억에 남는 상황을 전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김석중 대표는 사망 후 남은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한 일화로 “평소 딸과 다투던 어머니가 남긴 물건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을 꺼냈다.
김 대표는 “딸이 연을 끊겠다면서 어머니한테 잘 안 찾아갔다고 한다”며 “딸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러 집을 찾았는데, 재봉틀에는 딸에게 주려고 만들다 만 옷도 있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과일청에 ‘우리 딸’과 이름 두 자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보고 (딸이) 펑펑 울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 언급했다.
또한 27세 청년의 유품을 정리하며 느낀 감정도 전했다.

그는 “27살 청년이 사망한 집을 정리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 이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사분과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특별한 사연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군대에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 이 청년은 세 평짜리 고시원 방에 살았다고.
그는 “책상 위에 단백질 보충제 두 통이 있었다. 왜 내일모레 사망할 친구가 운동을 했을까”라며 “수험 서적도 있었다. 아마 고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할 성적을 못 낸 것 같다. 거기서 좌절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비행기 티켓과 빈 캐리어가 있었다. 곧 여행을 가려고 산 것 같았다. 바퀴가 새 것이었다”며 “정리가 끝나고 나서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 앉아 혼자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캐리어를 보면서 지금 젊은 아이들에 대한 생각들, 또 제가 젊었을 때 했던 생각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당시 느낀 감정을 회상했다.
당시 27세 청년이 남긴 캐리어는 김 대표가 유품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담는 가방으로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아무런 유언도 없어서 캐리어를 유족분들에게 전달했는데 필요 없다고, 처리해달라고 하시더라”며 “그냥 버리려고 하니 도저히 마음이 아파서 못 버렸다. 캐리어를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아픈 사건 이후 우연히 유품 정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으며, 2007년 일본으로 넘어가 유품정리업체 키퍼스에서 정리법을 배워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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