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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15조 투입… 군 전력 증강 순항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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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4 06:00:00 수정 : 2021-09-04 18: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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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천무 다연장로켓이 가상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당국이 향후 5년간 전력증강과 군 구조 개편 비전을 담은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2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국방중기계획은 5년간 315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해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담고 있다. 무기 도입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만 106조원이 넘는다. 

 

국방중기계획대로라면 2026년에는 국방예산이 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의 군비증강을 고려하면, 국방비의 지속적인 증액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의 마지막 전력증강구상인 국방중기계획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과 방위산업계가 주목했던 핵심 의제를 내년에 들어설 차기 행정부로 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 현무-2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사일과 전투기 등 첨단 전력 증강 초점

 

이번 계획의 초점은 미사일이다. 지난 5월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라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 제한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미사일 전력 구축이 가능해진 결과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탄두중량 3t짜리 신형 탄도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 탄두중량이 1t급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탄두중량 2t인 현무-4 탄도미사일을 만든 상황에서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든 것은 북한의 지하시설 때문이다.

 

북한은 평양 등 주요 지역에 수천개의 지하시설을 구축했다. 공군기지와 탄도미사일 발사차량 운용부대 주둔지, 군수공장 등은 거대한 산 지하 수십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중량이 2.5t인 미군 벙커파괴용 초대형 관통탄(MOP)이 지하 61m까지 뚫는 것을 감안하면, 현무-4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육군 현무-2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서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지하시설을 완전히 관통하지 못해도 강력한 충격파로 인해 지하시설은 무력화된다.

 

문제는 강화콘크리트보다 더 강력한 초고강도콘크리트(UHPC) 기술이다.

 

지진이 잦은 이란은 2010년대 초 석영가루와 다양한 금속 및 섬유를 섞은 스마트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이 콘크리트는 내구성이 강해 소규모 지진을 견딜 수 있다. 

 

이란과 교류가 활발한 북한이 UHPC를 입수했다면, 북한 지하시설의 내구도는 기존보다 훨씬 강해진다. 현무-4보다 더 강한 미사일에 대한 소요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주변국의 해양접근을 억제할 초음속미사일도 개발된다. 이지스 전투체계로 대표되는 함대방공시스템의 고도화에 대응하려면 빠른 속도로 날아가 적 함정을 타격할 무기가 필요하다.

 

미사일 전력 개발은 미사일연구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한다. 

공군 F-15K 편대가 지상폭격 훈련 과정에서 재래식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인공지능(AI), 극초음속 무기, 무인, 미래 통신 등 첨단기술 개발까지 포함하면,

 

이번 계획에서 ADD의 비중이 육해공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군이 전력증강사업을 주도하고, ADD가 뒷받침했던 기존 계획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군 F-35A, KF-16, F-15K 전투기는 공중 우세와 정밀타격 능력을 키우도록 성능을 개량한다. 

 

이 가운데 F-15K의 성능개량이 가장 시급하다는 평가다. 장거리 타격력을 지녔지만, 공중전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등에 대한 개량이 필요하다고 공군 안팎에서는 지적한다. 

 

성능개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이 진보된 전자장비로 무장한 상황에서 F-15K가 한반도 영공 수호 임무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F-15K를 미 공군 F-15EX 수준으로 개량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육군의 차륜형장갑차 지휘형이 성능점검을 위해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부는 “미국 정부와 성능개량 비용절감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K-9 자주포는 포탄 자동장전 기능을 포함해 성능개량을 실시하고, 이동하기 쉬운 소형 대포병탐지레이더-Ⅲ를 신규 개발한다.

 

보병이 차량 내부에서 원격으로 기관총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차륜형 장갑차 성능개량에 착수하고, 기동력과 화력, 생존성이 강화된 보병전투차량을 기계화부대에 추가 전력화한다.

 

특수전부대를 위한 C-130H 수송기 성능개량,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도입도 진행된다. 해병 특수수색대 수색팀은 전원 간부로 개편되며, 공군 특수부대도 능력 강화 차원에서 특수임무대대 개편을 진행한다.

 

◆잠재적 논란 이슈는 차기 정부로

 

국방부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력증강 구상을 국방중기계획에 담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비원들이 대포병탐지레이더-Ⅱ를 정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중기계획에 들어가는 전력증강사업은 △각 군이 제기한 장기 소요 사업 가운데 중기 소요로 전환된 것 △실제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못한 채 중기 소요에 계속 남아있는 것 △국민의 안보불안을 잠재울 만한 것들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각 군과 합참, 국방부 등의 조율을 거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계획은 잠재적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부분은 차기 정부로 넘긴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 전력이다. 국방중기계획에는 우주 감시 및 대응을 위해 고출력 레이저 위성추적체계, 레이더 우주감시체계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우주감시체계는 레이더를 이용해 한반도 상공 위성과 우주 물체를 감시하는 것으로 2030년대 초 전력화된다. 국내 기술로 위치, 항법, 시각 정보를 제공해주는 한국형 위성항법체계(KPS) 개발도 착수한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감시·정찰, 통신·항법용 인공위성과 발사체 등 우주 분야 핵심기술과제 개발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래 우주전을 누가 주관할 것인지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군사통신위성 아나시스-Ⅱ를 탑재한 우주발사체가 발사를 앞두고 발사대에 서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은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와 연계, 우주감시작전을 하는 우주작전대를 만들었고, 향후 부대 확대 계획도 갖고 있다. 육군과 해군도 우주작전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우주전을 주도할 주체가 누구인지는 국방중기계획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국방부는 합참 차원에서 우주전략과 작전개념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주가 합동작전 영역이라 해도 우주작전 시행을 주도할 주체가 조기에 정해져야 우주전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랑스와 러시아, 일본은 공군 산하에 우주군을 뒀고, 영국과 인도 및 중국은 합동 우주사령부를, 미국은 독립된 군종인 우주군을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주전력 증강 계획을 다수 제시하면서도 이를 주도적으로 운용할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KF-21. 세계일보 자료사진

각 군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예민한 사안이라 이를 조정하는 정무적 작업이 필요한데, 현 정부 임기 막판이라는 점에서 우주전력의 주도권 설정은 차기 정권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차기 정부에서 우주전력 구축과 작전 등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시제기 출고식을 치른 KF-21도 마찬가지다. 국방중기계획이 끝나는 2026년은 KF-21의 첫 양산을 앞둔 시점이다. 

 

양산에 돌입하려면 국방중기계획 기간 동안 진행해야 할 사안이 많다. KF-21에 어떤 종류의 무장을 장착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ADD 주도에서 업체 주도로 개발방식이 바뀌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은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공대함 미사일과 레이더 파괴 미사일 등도 미국산을 사용할지 국내 개발할 지를 놓고 주장이 엇갈린다.

공군 장병들이 전투기에 무장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F-21 항공무장 체계 통합과 관련, 시제기 출고식 직후 미국 정부와의 협상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행정적 과제도 남아있다. 무장 도입 및 체계통합 계약을 체결하고, 양산 규모와 방식 등에 대한 밑그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적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방중기계획에서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21) 개발 및 양산에 따른 비행대대 증편으로 공중우세 능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2020년대 말에 생산될 KF-21 블록1의 조속한 전력화와 블록2 개발을 위해 KF-21 양산과 무장 통합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포함됐어야 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전력증강구상인 국방중기계획은 ‘해야만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차기 정부에 미래 국방정책의 방향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국방중기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요 이슈에 대한 정리는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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