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화장품 용기 뜯자 알약 ‘우수수’… 인천세관 마약탐지 현장을 가다 [S스토리]

관련이슈 S 스토리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9-05 07:00:00 수정 : 2023-12-10 15:15: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코로나 영향 ‘비대면 밀수’ 대세
1∼7월 721건 적발… 1년 새 66% 늘어
국제우편 289%·특송화물 277% ‘폭증’

여행객 감소로 인력난 ‘숨통’
여객터미널 근무자 데려와 함께 단속
“늘 일손 부족… 사명감에 간신히 버텨”

적발부터 검거까지 ‘시간과의 싸움’
감춰진 마약 찾으면 ‘통제배달’로 수사
적발건수 늘어 골든타임 사수에 ‘진땀’

마약사범 연령대 갈수록 하향 추세
2021년 상반기 검거 19세 이하 156% 증가
경찰 단속건수 20대 33%로 가장 많아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항공기에서 내린 특송화물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 항공화물 전용 컨테이너(ULD)에서 내려진 특송화물을 작업자들이 작업대에 올려놓자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택배로 보이는 황토색 골판지 상자가 많았는데, 이 상자들은 엑스선 판독기를 거쳐 대부분 반출장으로 옮겨졌다. 이 화물들 사이로 마약 탐지견이 지나갔다. 마약 탐지견은 21마리가 있는데, 하루에 세 마리씩 탐지 업무에 투입된다.

 

일부 화물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세관 검사장으로 보내졌다. 마약 등 반입금지 물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이다. 인천세관 특송통관1과 이은비(27·여) 관세행정관은 긴장된 표정으로 검사대에 놓여 있는 상자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었다. 안에 담긴 물건을 바구니에 다시 담아 엑스선 판독기에 넣었다. 이어 이온탐지기를 사용해 마약의 흔적이 있는지도 살폈다. 마약이 발견되지 않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행정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특송화물이 늘어나고 그만큼 검사해야 할 화물도 늘었다”며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반입 적발도 최근 급증하고 있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풍선효과?… 급증한 특송화물·국제우편 마약 적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특송화물이나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반입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여행객을 통해 들여오던 마약이 최근에는 여행 입국자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비대면’ 반입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관에서 적발된 마약 건수는 7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나 증가했다. 밀수 경로별로는 국제우편이 556건으로 289% 늘었고, 특송화물이 98건으로 277% 증가했다. 지난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적발 건수가 각각 292건, 79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불과 7개월 만에 이를 넘어섰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반면 항공여행자는 올해 들어 7월까지 5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휴가철 여행객이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되는 건수가 꽤 많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여행자 입국이 급감하면서 적발 건수도 덩달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천세관은 지난 1월 세관 정보분석을 통해 우범화물을 선별한 뒤 미국에서 발송돼 인천공항에 도착한 특송화물의 포장을 뜯어 검사했다. 수족관 용품인 해수염 안에 메트암페타민(필로폰) 3752g이 숨겨져 있었다. 또 지난 3월에는 엑스선 검사를 통해 우범화물을 선별한 뒤 라오스에서 발송돼 인천공항에 도착한 국제우편을 검사했다. 화장품 용기 안쪽에 숨겨진 향정신성 의약품 ‘야바’ 1만6423정을 찾아냈다. 이 행정관은 “마약 반입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교묘해져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야 한다”며 “마약이 세관에서 적발되지 않고 국내에 반입돼 유통되면 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세관은 멕시코로부터 밀수입된 404.23㎏, 소매가 기준 1조3000억원에 상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필로폰을 압수하고, 이를 밀수입한 범인을 체포해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관세청이 한 해 동안 적발한 전체 물량(61㎏)의 7배 규모로, 약 135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에 파견된 미국세관 직원으로부터 지난 5월 말 호주연방경찰이 한국에서 수출된 화물에서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관세청 국제조사과 정보분석을 거쳐 수사에 착수했다. 수출입 실적 수십만건을 분석해 관련자들을 추려낸 뒤 화물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주말도 없이 한 달 이상 잠복근무를 한 끝에 국내 인적이 드문 한 창고에서 헬리컬기어(비행기 감속장치 부품)라는 대형 기계의 빈 공간에 숨겨진 필로폰을 찾아냈다.

인천세관 특송통관1과 이은비 관세행정관이 마약 등 반입금지 물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간신히 대응…‘정상화’가 두렵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해외 직접구매(직구)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특송화물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천세관 특송통관국이 공항에서 처리하는 화물은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16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5%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검사해야 할 화물도 늘고 있어 늘 일손이 부족하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감소한 ‘덕분’(?)에 여객터미널 마약 단속 인력을 임시로 데려와 충원해서 쓰고 있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생각해보면 마약을 전부 차단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검사는 24시간 쉴 새 없이 이어져야 하므로 어떻게든 해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예전에는 마약 반입 차단이라는 사명감으로 의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일이 힘들다며 마약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금은 땜질식 처방으로 다른 부서 인원을 데려다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정상화’ 얘기가 나오자 마약단속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상화되면 여행객이나 보따리상이 마약을 들고 들어오는 것도 막아야 하므로 임시로 충원한 인원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데, 남게 될 기존 인력만으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자신이 없어서다. 한 직원은 “코로나19 덕분에 그나마 현재 업무에 대응하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라며 “정상화를 바라는 게 당연한데,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마약 적발 업무가 한계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착잡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세관 직원과 마약 탐지견이 통관 대기 중인 화물들 사이를 지나가며 마약이 숨겨져 있는지 찾고 있다.

인천세관에서 특송화물 속에 감춰진 마약을 찾아내면 ‘수사’에 나서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올해 1월1일부터 마약류 수출입 범죄에 대한 세관 단독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검찰의 마약업무 대부분이 관세청 특사경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늘어난 업무만큼 인원이 보충되지는 않았다.

 

특사경은 세관에서 마약이 적발되면 ‘통제배달’에 나선다. 수사기관 감시하에 배송 절차를 진행해 마약 수취인을 검거하는 수사기법이다. 마약 공급망을 추적·검거하는 데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시간이다. 배송까지 1∼2주 예상했던 화물이 3∼4주 걸리게 되면 마약 수취인이 적발 가능성을 의심해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며 수취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적발 건수가 늘어나면서 통제배달의 ‘골든타임’을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관세청 국제조사과 현삼공 사무관은 “올해는 업무만 넘어왔지만 내년에는 인원도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의 해악은 굳이 얘기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묵묵히 신발끈을 조여매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크웹·SNS 타고 젊은층 파고드는 ‘백색 유혹’

 

최근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정부의 ‘2021년 상반기 불법 마약류 단속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5개 기관이 불법 마약류 공급·투약사범 7565명을 검거해 1138명을 구속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969명 검거)보다 8.6%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7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5% 늘었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18년 143명, 2019년 239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31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에는 의료용 마약류인 ‘펜타닐 패치’의 청소년 불법 유통 등 청소년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의 단속 실적을 보면 상반기 마약사범 510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97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마약사범은 연령대별로 20대가 33.3%로 가장 많고, 30대가 22.1%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17.0%, 50대가 12.1%, 60세 이상이 10.8%, 10대가 3.5%, 기타 1.3%였다.

 

이들 중 10대와 20대 비율을 합치면 36.8%로 지난해 상반기(21.7%)와 비교해 15.1%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73명, 1.4%)에 비해 비중이 2.1%포인트나 커졌다.

 

2018년만 해도 마약류 범죄의 주 연령층은 40대(25.7%)와 30대(22.3%)였고 10대(1.3%)와 20대(17.2%)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러나 지난해 20대(26.3%)가 30대(23.0%)와 40대(19.2%)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10대의 비중도 2.0%로 확대됐다.

 

이처럼 최근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은 인터넷(다크웹)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다크웹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마약류 적발은 올해 상반기에만 605건으로 전년 동기(158건) 대비 2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소량(10g 이하) 마약류 적발은 2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했다.


인천국제공항=글·사진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