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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 10위 그쳤지만… 다시 달리는 49세 ‘엄마 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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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1 06:00:00 수정 : 2021-09-01 07: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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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도로독주 완주한 이도연
탁구·육상·노르딕 ‘만능 스포츠인’
1일 주종목 개인도로 메달 도전
“돌아가신 아버지께 기쁨 드릴 것”
이도연이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도로사이클 여자 도로독주 종목(스포츠등급 H4-5)에서 레이스를 치르고 있다. 시즈오카=연합뉴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특히나 체력의 비중이 절대적인 종목들이 있다. 육상, 수영, 사이클 등의 장거리 종목들로 ‘완주’만으로도 선수들을 ‘철인’으로 부르곤 한다.

이도연(49·전북)은 패럴림픽에 나서는 한국대표팀에서 ‘철인’이라는 찬사를 가장 많이 들어본 선수 중 한 명이다. 19세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잃어버린 활력을 찾기 위해 탁구를 시작했던 그는 2012년 육상에 도전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과 원반, 포환던지기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한 해 뒤에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 사이클을 시작해 3년 만에 국가대표로 2016년 첫 패럴림픽까지 출전했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는 장거리 경기인 노르딕 종목에 나서 전 종목에서 완주했으니 철인 칭호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이도연이 패럴림픽 사이클 도로경기에 나서 또 한 번 의미 있는 레이스를 펼쳤다.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치러진 도쿄패럴림픽 도로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스포츠등급 H4-5)에서 55분42초91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 순위는 12명 중 10위로 지난 리우대회 때 이 종목에서 기록했던 4위를 크게 밑돌았다.

도로독주는 선수마다 1분씩 간격을 두고 차례로 출발해 달리며, 8㎞ 코스 3바퀴를 최단시간에 도는 선수가 승자가 되는 경기다.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에 경기에 나선 이도연은 첫 바퀴에서 17분35초25로 11위를 기록한 뒤 끝내 마지막 바퀴까지 순위를 한 단계밖에 높이지 못했다.

그래도, 완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활약이었다. 이도연은 경기 뒤 “훈련한 만큼, 그 이상으로 했는데 성적을 못 냈다. 너무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달리면서 정말 죽음까지 갈 정도로 열심히 달렸다”고 밝혔다.

“달리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 아버지께서 자전거 풀세트를 해주셨고, 항상 메달 따는 걸 기대하시다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레이스의 의미를 설명한 그는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라도 내일 더 열심히 달릴 거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1일에는 5년 전 은메달을 따냈던 자신의 주종목인 여자 개인도로(H1-4)에 나선다. 이어 2일에는 혼성 단체전 계주(H1-5)에 출전한다.

한국에서 응원하고 있는 세 딸에게도 선전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우리 딸들, 어디에 있든 정말 사랑하는 존재이자 나의 힘”이라면서 “(메달을) 못 가져가도 우리 딸들이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겠지만, 엄마로서 열심히 해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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