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성시대 달군 음악 ‘짜스’로 희망 전해요”

입력 : 2021-08-30 23:00:00 수정 : 2021-08-30 20:26: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프렐류드X전영랑 ‘리싸이틀 쑈 모던 짜스’

일제강점기 유행한 신민요·만요·스윙 등 망라
유쾌한 가사로 억압받던 이들에게 웃음 선사

재즈와 국악의 협업… 자유분방 매력 닮은꼴
“즉흥성 살리려 합주연습 안하고 각자 칼 갈아”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경기소리꾼 ‘전영랑’이 오는 10월 1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리싸이틀 쑈 모던 짜스’를 진행한다.

“‘짜스(Jass)’는 1930~40년대 경성시대를 달군 음악으로, 일제의 탄압을 받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그런 짜스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경기소리꾼 ‘전영랑’이 오는 10월 1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리싸이틀 쑈 모던 짜스’를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플라이 인(Fly in) Vol.2 프렐류드 전영랑 모던 짜스(Modern Jass)’를 기념하는 공연이다. 당시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공연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런 그들이 다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2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무대 앞에 계신 분(관객)들의 소중함을 공연하지 못하면서 다시 느끼고 있다”며 “그들에게 짜스로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프렐류드 등에 따르면 짜스는 일제강점기에 경성(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유행한 음악이다. 민요풍 대중가요인 ‘신민요’와 해학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가사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송인 ‘만요’, 그리고 외국에서 유입된 팝, 스윙, 샹송, 탱고 등을 통틀었다.

“짜스는 재미있고 유쾌한 가사로 일제강점기로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이번 시대 저희가 하는 짜스 음악으로 그때 감성을 조금이라도 느껴 위안을 가지길 바랍니다.”(전영랑)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공연에서 신민요와 만요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부르지만, 이들의 원래 분야는 아니다. 심지어 프렐류드와 전영랑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희안(피아노), 최진배(베이스), 리차드 로(테너 색소폰), 한웅원(드럼)은 2003년 인스트루먼트 재즈 밴드(보컬리스트가 없는 밴드) 프렐류드를 결성, 8장의 정규 앨범과 3장의 프로젝트 앨범을 발매했다. 정기공연마다 매진할 정도로 재즈 마니아 사이에서 이들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영랑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 2019년 KBS 국악대상 민요상을 수상하고 국악협회 인천지회 이사 등 국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이력을 쌓아오던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에 함께하게 됐다. 그 시작은 프렐류드의 6집 ‘데이 오프(Day Off)’ 수록곡 ‘아리랑(Arirang)’이었다.

“당시 미국적인 재즈를 해왔던 저희는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민요를 우리 식으로 해석하기로 했죠. 전영랑씨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거죠.”(프렐류드)

이들의 협연은 2014년 발표한 프로젝트 앨범 ‘플라이 인(Fly In) 날아든다’로 이어졌다. 앨범은 재즈와 민요의 절묘한 조화로 기존 재즈와 국악팬은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앨범 발표 초기 국악과 재즈 협업은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생소했고, 국악과 재즈를 전공하는 분들도 저희를 좋아하지 않았죠. 하지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찍고, 공연도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프렐류드)

이후 방송, 공연 등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던 그들은 지난해 12월 2집까지 내놨다. 앨범 2장과 수차례 공연. 개성이 확연히 다른 음악을 하던 이들이 이렇듯 오랫동안 함께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프렐류드와 전영랑은 입을 모아 ‘즉흥성’이라고 답했다.

“재즈에는 ‘잼(Jam)’이라는 즉흥 연주가 있습니다. 악보에 적혀 있는 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돌발성을 담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죠. 재즈의 매력이면서도 저희의 장점입니다. 저희는 연주할 때 악보를 보지 않아요. 악보 없이 연주하면서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최고로 끌어올리죠.”(프렐류드)

“국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악의 한 종류인 ‘시나위’는 자유분방하게 연주합니다. 경기민요도 별도의 악보 없이 완창하려면 기본기만 2~3년을 숙달해야 합니다. 재즈와 마찬가지로 즉흥성이 들어가 있죠.”(전영랑)

이번 공연에도 이런 즉흥성이 가득 담긴다. 공연일까지 50일도 남지 않아 어느 때보다 합주 연습을 많이 해야 하지만, 이들은 “합주 연습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즈와 국악의 매력은 즉흥성입니다. 저희 공연도 마찬가지로 즉흥성이 장점이죠. 즉흥성을 남겨두기 위해 합주 연습을 많이 안 해요. 대신 각자 집에서 칼을 갈고 있습니다. 공연 중 실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오히려 그런 크랙(돌발성)이 나와야 합니다. 크랙이 없는 음악은 단지 악보를 따라 연주하고 노래하는 ‘죽은 음악’입니다.”(프렐류드)

인터뷰 동안 유쾌함이 가득했던 이들은 공연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공연에 목마른 분들,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와서 흠뻑 음악에 빠져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같이 치유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