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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피해라”… 수송기는 왜 아프간 탈출 수단이 됐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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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8 06:00:00 수정 : 2021-08-28 13:27:48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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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공군 제공

세계 각국의 군용 수송기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으로 모여들고 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외국인과 현지인들이 앞다투어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면서다. 탈레반의 보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항공편을 이용하려 했으나, 민간항공기 이착륙은 불가능했다.

 

카불 공항에서 민간 항공편 운항이 어려워지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수송기를 띄워 자국민들과 아프간인들을 본국으로 실어날랐다. 서방권에서 널리 쓰이는 수송기 기종은 모두 아프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 세계 수송기가 카불에 모였다”

 

카불 공항에 가장 많이 등장한 수송기 중 하나는 C-17이다. 미국과 인도 등은 C-17을 투입해 자국민과 현지 협조자들을 아프간 밖으로 실어날랐다.

 

미 보잉이 제작한 C-17은 대륙간 비행과 전선에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전략, 전술 기능을 모두 갖춘 ‘슈퍼 수송기’다. 길이가 1㎞ 미만인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수부대원 102명을 태우고 1만㎞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카불에서 탈출한 아프간인과 미국인을 태우고 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있다. AP연합뉴스

화물 적재량도 75t 이상으로 C-130 4대가 해야 할 수송 임무를 한 번에 끝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공수부대원 1000여 명을 이라크 북부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미군 주력 전차인 M-1을 수송한 경험도 있다.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외국인과 현지인이 몰리면서 C-17의 수송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5일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기 직전 당시 공항에 있던 C-17에 아프간인들이 몰려들면서 정원을 훨씬 초과하는 640명이 탑승했다. 승무원들은 탑승자들을 싣고 카타르로 날아가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대형 수송기 C-5도 카불 공항을 드나들고 있다. 화물 120t을 싣고 4000㎞를 날아가는 C-5는 미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 중 가장 크다.

 

단일 종류의 화물을 싣는다고 할 때, C-5는 음료수 27만7000개, 날개를 뗀 C-130 수송기 1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5대, M-1 전차 2대를 실을 수 있다. 

 

이같은 능력 덕분에 C-5는 1970년 이후 베트남 전쟁에서 미 본토와 베트남을 오가며 물자와 병력을 수송했다. 특히 전쟁 종료 직전이던 1975년 4월에는 남베트남 전쟁 고아들을 안전지대로 옮기는 ‘베이비 리프트’ 작전 등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작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밤 아프간 피란민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에 빼곡히 탑승해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C-130도 카불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송기 분야의 스테디셀러인 C-130은 엔진 4개를 갖춘 터보프롭 중거리 전술수송기다. 비행거리가 4000㎞ 정도로 대형 수송기보다 짧지만,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한국도 C-130 계열 중 최신형인 C-130J 2대를 보내 현지인 390명을 대피시켰다.

 

독일, 프랑스 등은 유럽 에어버스 A400M 수송기를 투입했다.

 

C-130보다 크고 C-17보다는 작은 A400M은 연료탱크가 커서 적재량을 조절하면 본토와 멀리 떨어진 분쟁지역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이착륙 거리도 1㎞ 미만이다. C-130과 C-17의 장점을 섞은 셈이다. 한국 공군의 대형수송기 사업 후보 기종이기도 하다.

 

일본은 자국산 C-2 수송기를 동원했다. 가와사키 중공업이 개발한 C-2는 A400M과 동급의 기체다. 화물 20t을 적재하고 7600㎞를 날아간다. 국제선 항로 비행능력, 공중급유 능력, 공수부대 또는 보급품 강하능력, 야간비행 능력 등을 갖췄다.

영국 공군 A400M 수송기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자국민 수송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열악한 상황에서도 원거리 작전 가능

 

긴급 상황에서 재외 국민이나 현지인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수송기가 투입되는 것은 열악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민간항공기가 이착륙을 하려면 1000~3000m 길이의 튼튼한 활주로가 필요하다. 활주로에 있는 이물질 제거와 항공기 정비, 급유, 관제 등을 담당할 전문 인력과 장비가 상주해야 한다.

 

이같은 요소 중 하나라도 이상이 발생하면 민간항공기는 공항에서 이착륙을 할 수 없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직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민간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수송기는 길이가 짧은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을 할 수 있다. 조종사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으며, 위기 대응에 필요한 메뉴얼도 민간항공기보다 더 잘 갖춰져 있다. 지대공미사일 공격 회피에 필요한 장비도 있어 군사적 위협에도 작전이 가능하다. 

일본 항공자위대 C-2 수송기가 사이타마현 이루마 기지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실제로 카불 철수 작전에 투입된 프랑스 공군 A400M은 ISIS-K(IS 호라산) 공격 위협을 우려 항공기 엔진이 만들어내는 적외선보다 강한 불꽃을 만들어 적의 열 추적 미사일을 교란하는 플레어를 터뜨리며 카불 공항을 이륙했다.

 

수송기를 확보했다고 해서 수천㎞ 떨어진 곳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출하거나,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송기를 현지로 보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량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은 카불로 수송기를 보냈으나 현지 대피 희망자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구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390명의 아프간인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송했다. 고도로 훈련된 공군 장병들과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한 외교관들을 포함, 범정부적 역량이 결집된 결과다.

 

국방부와 공군 등 66명으로 구성된 특수임무단은 지난 23일 KC-330 공중급유수송기 1대와 C-130J 2대와 함께 현지로 투입했다.

스페인 공군 지상요원들이 A400M 수송기 내부에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공군은 이번 작전을 앞두고 해외 공수 및 연합훈련 등 해외 임무 경험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와 정비요원을 선정했다. 우발상황에 대비해 공군 정예 특수부대인 공정통제사(CCT)와 항공의무요원도 동승했다.

 

16일에 임무를 받은 작전요원들은 출발 직전까지 밤을 새워가며 수많은 변수에 대비해 세밀한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아프간까지의 이동 경로와 거점이 될 주변국 공항 선정, 카불 지대공 미사일 위협 대비, 카불 공항 인근 산악지형 등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항공기 성능 제한 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수송기들은 아프간과 인접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먼저 도착, C-130J 수송기가 카불공항으로 진입해 조력자들을 이송해온 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KC-330에 태워 국내로 수송하기로 했다.

 

카불에 직접 진입하는 C-130J는 지대공 미사일 위협 상황을 고려해 실제 전투지역 진입 상황처럼 미사일 경고시스템(RWR)과 미사일 회피용 채프, 플레어 발사 시스템, 항공기 방탄장비(APS)를 갖췄다. 

한국 공군 KC-330 공중급유수송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동 간 공중위협 회피를 위해 활주로 상공에서 회전하며 하강하여 착륙을 시도하는 전술 입출항 절차와 활주로에 엔진을 정지하지 않은 채 승객을 탑승시켜 진입·퇴출 시간을 최소화하는 절차를 검토했다. 

 

23일 오전 1시 C-130J 2대가 김해기지를 이륙했다. 같은 날 오전 7시에는 KC-330도 출발했다. 23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키스탄에 도착한 작전요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숙소를 예약하지 못해 대사관 회의실과 로비에서 쪽잠을 잤다. 

 

24일 C-130J가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이륙해 카불공항에 진입, 조력자 26명을 태우고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했다. 하지만 카불공항에 오지 못한 대부분의 조력자들이 카불공항으로 들어오는 대로 최단시간 내 구출할 수 있도록 C-130J 작전요원들은 이슬라마바드공항 복귀 이후에도 기내에서 비상대기했다.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 35도가 넘는 고온에서 10시간 이상 머물렀던 셈이다. 

 

결국 25일 C-130J이 교대로 카불공항에 진입해 남은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이슬라마바드공항으로 탈출시켰지만, 문제가 남았다. 탑승이 계획된 조력자들이 KC-330 탑승가능 인원을 초과한 것이다. 작전요원 개인 수하물을 최소화하하고, 무게를 세밀하게 재조정해 한국으로 안전하게 복귀했다.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수송한 KC-330 조종사인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 비행대장 조주영 중령(진)은 “모든 작전요원들이 조력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탑승시키기 위해 최적의 이송방안을 모색한 결과, 예상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무사히 국내로 수송할 수 있었다”며 “국내 도착 후 카불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조력자들을 제때 국내로 이송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탑승한 한국 공군 KC-330 공중급유수송기가 지난 26일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4분과 위원장 김종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예전 같으면 군은 작전계획 짜느라 끙끙거리다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실력이 달라졌다”며 “책임을 지는 성숙한 국가, 대한민국의 위신이 세워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의 말처럼 이번 작전은 하드웨어(수송기)와 소프트웨어(인력, 군사외교 등)가 모두 성장한 한국군의 역량이 잘 드러낸 사례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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