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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로 업무효율 향상” vs “소득 줄고 업무량만 늘 것” [뉴스인사이드-코로나가 앞당긴 ‘주 4일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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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9 09:00:00 수정 : 2021-08-29 1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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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유연근무 IT기업 중심 도입 확산
근로자 “월요병 사라져” “삶의 질 개선”
기업도 “생산성 전보다 안 줄어” 만족
직장인 인식조사 결과 84% 긍정 답변

“일은 그대론데 월급 깎여 손해” 불만도
주5일제처럼 법적 규제엔 회의적 시각
“적게 벌고 오래 일, 고령사회 대안 가능
임금 문제 고려 일괄 적용은 시기상조”

스페인·뉴질랜드 도입 실험… 日도 권장
‘동일임금 적게 근무, 생산성 유지’ 확인
아이슬란드, 4년 실험 끝 산업 전반 확대

“주 5일 일할 때와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차원이 다르죠.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해요.”

박모(31)씨는 6개월 전 이직을 하면서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그가 옮긴 회사(종합교육기업 에듀윌)는 ‘주 4일제’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 다닐 때는 은행이나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 ‘반차’(반일 연차)를 썼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월∼금요일 중 원하는 요일에 하루 쉴 수 있는데,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쉴 경우 주말을 붙여 2박3일 여행을 가는 것도 가능하다. 박씨는 “늘어난 개인 시간을 활용해 운동하며 컨디션 관리를 하다 보니 삶의 질이 한층 올라갔다”며 “지인들도 주 4일만 일한다고 말하면 너무 놀라고 부러워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자리 잡으면서 주 4일 근무에 대한 논의가 한층 본격화된 분위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주 4일제는 극히 일부 기업에서만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주 4.5일제(주 1회 오후 출근 등), 격주 4일제 등을 도입하며 주 5일제를 깨는 시도를 하는 기업이 늘었다. 주 5일제가 정착된 것처럼 주 4일제 역시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성인 83.6% “주 4일 근무 긍정적”…‘월요병’이 사라졌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주 4일 근무를 반기는 분위기다. 27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성인 4155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83.6%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휴식권 보장과 워라밸 문화 정착’이 72.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분한 재충전을 통한 업무 효율 향상(51.7%) △건강 관리(32.1%) △휴일 증가로 인한 내수 진작과 경제 성장(21.2%) △자녀 돌봄(20.1%)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9명(89.4%)은 주 4일제를 실시하는 직장에서 입사 제안이 올 경우 ‘입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층 사이에서는 주 4일제가 가장 큰 복지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직장인 A씨는 “예전에는 회사에 ‘몸을 갈아 넣어’ 일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회사에 내 삶을 다 바치고 싶지도 않고, 내 생활을 즐기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주 4일제 시행은 입사 고려 시 가장 끌리는 조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근무시간을 단축한 회사에 다니는 이들의 만족도는 높다. 주 4.5일제 근무 중인 구모(33)씨는 ‘월요병 탈출’을 현 근무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가 일하는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한다. 구씨는 “주 5일 일할 때는 일요일 저녁만 돼도 하루가 끝난 느낌이고, 약속 잡기도 부담스러웠다”며 “취미가 암벽등반인데 일요일에 하면 다음 날까지 피곤해 일요일에는 취미를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월요일 오전에 푹 자고 출근할 수 있어서 월요일이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 4.5일제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도 “1주일에 반나절 근무가 줄어든 것이지만 체감하는 시간적 여유는 매우 크다”며 “나머지 근무시간에 훨씬 집중도가 높아져서 업무 효율이 커졌다”고 말했다.

 

◆“월급 줄어드느니 주 5일 일하겠다”…부정적 의견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람인 조사에서 주 4일제에 부정적이었던 응답자(682명) 가운데 60.4%(복수응답)는 그 이유로 ‘임금 삭감 가능성’을 들었다. 또 △업무 강도 상승(45.3%) △업무 감각과 생산성 하락(19.6%) △상대적 박탈감(15.4%) △기업 경쟁력 악화·성장 둔화(15.1%)도 주 4일 근무를 반대하는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임금 삭감 대신 주 4일 일하기 vs. 지금 임금 그대로 받고 주 5일 일하기’ 등의 투표가 올라오면 의견이 분분하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주 4일 일하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월급도 깎이는데 실제 업무량이 줄지 않아 크게 의미가 없어 오히려 손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역시 “하루가 무급처럼 된다면 그냥 주 5일 일하는 게 낫다”면서 “쉬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쉬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직장인 B씨는 “하루 더 쉴 수 있다면 월급이 줄어드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며 “경제적인 여유는 줄어도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와 달리 현재 주 4∼4.5일제가 자리 잡은 기업 대부분은 주 5일제 시행 때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 5일 근무를 할 때와 비교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를 시행 중인 기업의 관계자는 “처음 주 4.5일제를 도입할 때는 분위기가 해이해지는 것 아니냐, 업무량이 줄어 매출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 보니 전체적인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며 “오히려 인력 유출이 줄고 업무 효율성이 늘어 기업 입장에선 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주 4일 일하는 날 오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주 4일제에 긍정적이지만, 지금의 주 5일제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수명이 길어진 만큼 ‘적게 벌어도 오래 일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 4일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 6일제가 주 5일제로 줄어든 것처럼 주 4일제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다만 임금 삭감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주 4일제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도 “지금도 (주 52시간제 등) 정부가 지나치게 근로시간 규제를 많이 하고 있다”며 “업종·노동 성격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처럼 전 업종에 적용한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4일제’ 해외 사례는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약으로 ‘주 4일 근무제’가 등장한 뒤로 대선 후보들이 출마 공약으로 내거는 등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주 4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4년에 걸친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마치고 실제 근무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실험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정부 주도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의 약 1%인 2500여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대다수 근로자가 주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었고, 현장의 업무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증가했다. 근무시간 단축 이후 스트레스 감소 등 근로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개선됐고, 삶의 질도 제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험을 토대로 노동조합은 근무방식을 새롭게 협상했고,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의 86%가 동일한 임금으로 더 적은 시간을 근무하거나 이와 유사한 권리를 가지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부 회사를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말까지 직원들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최대 20% 단축하는 실험에 나섰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올해 초 코로나19로 바뀐 노동환경을 반영해 희망하는 정규직에 주 4일 근무를 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시범안을 만들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원사들에 재택근무와 주 4일 근무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지혜, 장한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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