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스토리구성 사람이 짜면
AI가 세부이야기 집필하는 방식”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소설가 ‘비람풍’이 썼다는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25일 파람북 출판사에서 공식 출간됐다. 다만 창작 방법이 설득력 있게 공개되지 못한 데다 문장이나 작품 수준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여 AI 소설을 두고 논란도 예상된다.
수학과 컴퓨터공학 전문가인 소설가 김태연(61)씨는 이날 서울 서교동 한 북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 스스로 반복노동을 싫어해서, 소설가는 구상만 하고 단순작업은 AI한테 맡겨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이라며 AI 기반 소설 기획과 창작 과정을 2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AI 소설의 감을 잡고 이듬해 AI 소설 스타트업 ‘다품다’를 설립한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7년 정도 준비했고, AI 작가 ‘비람풍’에게 과거 자신이 썼던 소설을 포함해 약 1000권의 자료를 입력했으며, 실리콘 밸리의 일부 기술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작업은 김씨가 ‘소설 감독’으로서 주제와 소재, 배경과 캐릭터 등을 설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AI 소설가 ‘비람풍’이 구체적인 집필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작품은 지체장애인 수학자와 정신과 의사, 수학과 교수인 벤처 사업가, 천체물리학자, 스님 등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각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내용.
실제 작품에선 김씨가 도입부와 서문, 후기, 각 장의 타이틀과 그 아래 인용구, 운문 등을 썼다. 아울러 AI 소설가가 집필한 글 가운데 일부는 가독성을 위해 삭제했고, 결과물 정리 역시 그가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집필을 학습한 AI가 담당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이 기본 구성과 콘셉트를 짜줘야 합니다. 가령 용감한 공주가 사악한 왕자에게 사로잡힌 아름다운 용을 구출하러 가는 이야기를 써줘, 라고 요청하고 시작 부분을 써주면 AI는 그에 맞춰 세부 이야기를 풀어내죠. 사람이 하는 일로 따지면 이른바 대필 작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장이 대체로 맞춤법에 맞게 쓸 수 있지만, 애초 기획과 다르게 정보와 표현이 과하거나, 때로는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빠져버릴 가능성도 거론됐다. 근본적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문장이나 소설 미학을 느끼기에는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008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AI가 쓴 단행본 소설이 나온 이래 2016년 일본에선 AI가 쓴 단편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고, 국내에서도 2018년 KT가 ‘인공지능소설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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