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직된 페미·안티페미 담론, 싫어할 만한 질문을 대신 던졌다 [끝간사람]

입력 : 2021-08-25 20:38:30 수정 : 2021-08-25 20:38:29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영상르포 기획 ‘끝간사람’┃페미니즘 VS 안티 페미니즘 편

해일시위 김주희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 사실이 아냐”
신남성연대 배인규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 여론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사회적 의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양 끝단을 대변하는 이들을 두고 ‘극단주의자’, ‘시끄럽게 구는 사람’이란 편견을 갖기 십상일 텐데요. 

 

‘끝간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요즘 그래도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자’고 제안하고자 기획한 영상 르포입니다.

 

이들의 입을 통해 반대편에 있는 이도 조금이나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1부 ‘페미·안티페미’ 대표자들

2부 ‘페미·안티페미’ 향한 의문들

3부 못 다한 ‘젠더 갈등’ 이야기

 

요즘 온라인상에선 페미니스트와 안티 페미니스트 간 토론보다는 각자 ‘진영’의 결집만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각각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뒤 성향이 비슷한 커뮤니티 안에서만 돌고 도는 탓입니다.

 

각각 페미니스트, 안티 페미니스트의 ‘대변인’으로 선정한 김주희 해일시위 대표와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에게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반대편의 주장을 전달했습니다.

 

김 대표에게 안티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배 대표에겐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각각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음은 이들 대표와의 1문 1답입니다.

 

◆김주희 대표 “래디컬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 맥락을 봐야”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과격한 언행이 남성을 안티 페미니즘으로 결집시키지 않았을까.

 

김 대표 “그 이전에 소라넷 이런 데서 여성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모르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메갈리아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저장소 등에서 존재했던 극단적인 사이버 폭력은 없던 건가요? 이에 대해 여성들이 화가 나서 ‘남성을 혐오한다’, ‘난 남자가 싫다’는 말이 나왔는데 앞에 있는 맥락을 자르고 ‘봐 남자를 싫다고 하잖아, 얘는 혐오주의자야’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왜곡된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은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하고 다시 질문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어서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교육 현장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대표 “페미니즘 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야 해요. 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지금은 여성이 투표권을 받았고 글을 배우기도 했고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있다고 할 순 있겠죠. 하지만 일터에서는 여성에게만 ‘결혼하면 어떻게 일을 할 거냐’ 이런 질문이 나와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직도 현대 사회에 여성이라서 입는 피해가 존재하니까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거예요. 물론 그 피해를 겪지 않았거나 본인이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그래서 그런 분들은 ‘나에겐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말할 겁니다. 이미 양성평등이 이뤄졌고 더 이상 할 게 없대요. 그래서 페미니즘이 여성 우월주의라고 말씀하시는 거거든요. 사실이 아니죠.”

 

-성폭력 근절은 누구나 동의할 텐데,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이에게 ‘성폭력 옹호론자’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주장도 있다.

 

김 대표 “‘성폭력은 문제가 있다’ 이게 당연한 것처럼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당연한 것이거든요. 프레임을 씌운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페미니즘이 뭔지 모르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은 ‘같은 인간으로서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돼야 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를 주장하는, 너무 당연한 겁니다.

 

 

◆배인규 대표 “남성 혐오를 멈춘다면 내가 페미니즘 운동 할 것”

 

-경력 단절 등 여성이라서 겪는 문제가 한국 사회에 분명 존재한다.

 

배 대표 “남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불합리함이 있고 여성이라서 겪어야 하는 불합리함이 있죠.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저는 가정주부가 존중받고 대우받는 사회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노력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예요. 현재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것을 개선하자고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상식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제가 페미니스트 운동가로 활동할 겁니다.”

 

-국내 성범죄 가해자 비율로 보면 남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페미니즘 안티 활동을 하기 전에 자성부터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배 대표 “‘성폭력 가해자 중에 남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이고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이 집회를 한다’는 논리라고 한다면 도대체 왜 페미니즘 집회에서 남성혐오적 표현을 씁니까. 순수하게 ‘대한민국 성범죄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라’ 이런 집회를 한다면 제가 도와준다니까요. 안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페미니즘 시위의 영향력이 내 아이에게까지 미치는 탓입니다. (일례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고 교육 자료를 퍼뜨렸잖습니까. 제 아이가 3살인데 우리 아이가 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남성이 우월한 사회였으니 여성이 우월해봐도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배 대표 “누가 더 우월하고 우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는 다르고 서로 잘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전제로부터 시작하고 성평등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해요.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각자 장점을 인정해주면 끝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작금의 논란도, 투쟁도 없습니다.”

 

◆1500㎞ 따라다닌 취재기

 

카메라가 켜졌을 때나 꺼졌을 때나 김 대표, 배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에게서 타협 가능한 사상적인 공통점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는 그들의 지지자 간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두 사람 모두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진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배 대표는 두 차례 사전 미팅과 3번에 걸친 촬영 내내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 유튜브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비교적 과묵했습니다. 다만 집회가 시작되면 모든 걸 쏟아내듯 방송을 진행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김 대표는 근무 강도가 높은 야간병동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시위대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특히 안티 페미니즘 성향 누리꾼들에 의해 온라인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등 심적 고통이 클 텐데도 내색을 잘 안 할 정도로 성격이 강직해보였습니다.

 

이들처럼 평범한 삶을 내려놓고 누군가 어떤 구호를 외치고 있다면 ‘혐오주의자’로 치부하지 말고 한번쯤 귀 기울여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가 더 옳은가. 이건 기자가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지지할 만한 인물인지 그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