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2분기 가계 빚 증가액 '사상 최대'… 기타대출도 급증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8-24 17:00:00 수정 : 2021-08-24 16:36: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풍선효과’로 실수요자 어려움 커질 듯
24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 개인대출 상담창구 모습. 연합뉴스

올해 2분기 가계 빚 증가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선 이유로 보이며, 앞으로도 이 같은 정책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이면에는 그간 백약이 무효였던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카드’로 실수요자의 대출이 어려워지고, 제2 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분기 대출 증가액 사상 최대… 기타대출 급증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9조2000억원 불어났다.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역시 2003년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2분기 가계대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94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조2000억원(8.6%) 증가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9%로 1분기 증가율 2.2%보다 축소됐다.

 

주담대가 주춤한 것과 달리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세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2분기 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75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전년 동기 증가율 3.9%의 3배가 넘는다. 전 분기 대비 증가율도 2.9%로 1분기 2%보다 커졌다. 기타대출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전년동기 대비 모두 역대 최대다.

24일 서울시내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시스

이처럼 기타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어급’ 공모주 청약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가 다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계 수요와 정부의 주담대 대출 규제도 기타대출 수요를 부채질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거래 및 전세자금 수요를 각종 규제로 인해 기타대출로 받는 모습도 작년 하반기 이후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수요 이동 풍선효과… 실수요자 어려움 커질 우려

 

금융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2분기 대출 증가액은 12조4000억원으로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지만, 직전분기 대비로는 12조4000억원 늘며 1분기 증가액 18조7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정부의 대출 억제 효과가 예금은행에 한정해서는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2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기준 7.7%로 전년의 -1.1%에서 플러스로 대폭 전환됐고, 직전 분기와 대비해도 증가율이 5.6%에서 9.1% 급등했다.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폐업한 가게에 대출 광고지가 놓여 있다. 뉴시스

한은은 관련 요인으로 공모주 청약으로 인한 수요와 정책 모기지의 주택공사 양도를 꼽으면서도, 주택매매 및 전세자금 수요 역시 원인으로 언급했다.

 

그간 한은의 소비자심리 통계를 살펴보면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감소하지 않았다. 시중 은행 대출을 틀어막자 제2 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일부 이동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제2 금융권까지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11월까지 중단한 데 이어, 이날 농협중앙회도 오는 27일부터 전국 농·축협에서 비·준조합원에 대한 신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험업계도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축소 움직임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상반기 대출규모는 39조601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조6625억원 증가했다. 4.4% 증가율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협의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인 4.1%를 넘는다. 이에 삼성생명은 “연말까지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 4.1%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이달 주담대(변동금리) 최고금리는 6.04%로 6월 대비 0.37%포인트 올랐다.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 은행권에 문의 전화가 크게 늘어나고, “실수요자가 무슨 죄냐”는 등의 시민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획일적인 대출 틀어막기식 규제가 아니라, 투기와 실수요를 구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엄형준, 김희원, 조희연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