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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인파에 2살 아기 압사까지… 끝 안 보이는 '카불의 비극'

입력 : 2021-08-23 07:54:31 수정 : 2021-08-23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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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현지시간)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과 미국 기업, 서방 구호단체 등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은 물론 탈레반을 비판했던 언론인들까지 목숨을 위협받는 가운데 탈출 가능성은 보이지 않아 이들의 절망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로 떠나려는 인파가 몰려 아수라장이 된 카불 공항에서는 2살 아기가 압사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오전 카불의 한 미국 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여성이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2살 딸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남편과 장애를 가진 부모, 세 명의 자매, 조카 등과 함께 공항 게이트를 향해 가던 중 인파에 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어린 딸을 놓쳤고 수많은 이들의 발에 밟힌 아기는 그렇게 숨지고 말았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로지 공포만을 느꼈다”면서 “나는 딸을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죽느니 차라리 여기서 명예롭게 죽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남은 가족이 다시 탈출을 위해 공항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탈출을 포기하고 탈레반으로부터 숨어 지내는 이들도 있다. 미군과 서방 구호단체에서 통역사로 일한 39살 아프간 남성은 최근 탈레반으로부터 “너를 죽이겠다”는 전화를 받고 카불 시내에서 숨어지낸다며 “점점 희망을 잃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미군 통역사는 “‘동맹을 대피시킬 것’이라는 말만 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탈출은 불가능하다”라며 좌절감을 비췄다. 그는 “아이들이 밟혀 죽을 수도 있다”며 “아이를 잃은 뒤 미국이 새로운 세상을 준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했거나 과거 탈레반을 비판했던 언론인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프간 동부 쿠나르의 한 언론인은 과거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추적을 받고 있다. 그는 “탈레반이 내 동료들을 죽였던 것처럼 이제 나와 내 가족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인도 NYT에 “희망이 사라졌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라고 전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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