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탈레반이 앗아간 아프간 여성 첫 패럴림픽 출전 꿈☆

입력 : 2021-08-17 19:24:18 수정 : 2021-08-17 22:19: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카불 국제공항 마비… 도쿄行 아쉽게 무산

장애인 태권도 49㎏급 쿠다다디
힘든 상황 속 와일드카드 출전권
공원 등서 훈련… 결국 출국 못해
여성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 따라
향후 국제대회에도 참가 힘들 듯
아프가니스탄 여성 최초로 패럴림픽 출전을 노렸던 자키아 쿠다다디의 꿈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무산됐다. 도쿄패럴림픽을 준비하며 훈련하던 쿠다다디의 모습. 쿠다다디 인스타그램 캡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 중에는 탈출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출국을 모색하다 공항이 마비되면서 실패해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던 이들도 있다. 바로 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하려던 2명의 아프가니스탄 대표선수들이다. 여성 장애인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는 16일 카불을 떠나 17일 도쿄에 도착할 계획이었지만 모든 것이 허사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대표팀 아리안 사디키 단장은 17일 런던에서 진행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두 선수는 카불에서 나오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디키 단장은 “카불의 물가는 엄청나게 폭등했고, 항공편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사디키 단장은 “탈레반의 공격이 일어나기 전까지 두 선수는 공원, 뒷마당 등 가능한 모든 곳에서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며 “아프가니스탄은 그동안 패럴림픽에 꾸준히 선수단을 파견하며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했는데,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1996년 애틀랜타패럴림픽에 처음 선수단을 파견했고, 탈레반이 무너진 뒤인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대회부터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하계 패럴림픽에 선수단을 내보냈다.

 

두 선수 중에서도 특히 쿠다다디의 아쉬움이 크다. 그가 도쿄에 왔다면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되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쿠다다디는 지난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인터뷰를 통해 “가족들의 희생과 지원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며 “아프가니스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는데, 장애를 가진 많은 여성에게 희망을 전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로훌라 니크파이가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을 보고 태권도를 시작한 쿠다다디는 18세 때인 2016년 이집트에서 열린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이는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꿈으로 이어졌다. 다만 열악한 재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예선 대회에 출전할 수 없어 패럴림픽 출전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쿠다다디는 와일드카드로 K44(한쪽 팔 팔꿈치 아래 절단 또는 마비) 49㎏급 출전권을 얻으며 감격했다.

자키아 쿠다다디. IPC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패럴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쿠다다디의 꿈은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으로 도쿄에서뿐 아니라 앞으로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탈레반이 집권했을 때 이슬람 율법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여학교 폐쇄 등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대외활동을 엄격히 금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사디키 단장은 “여성 선수의 패럴림픽 참가 등 과거 탈레반 정권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와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며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수영 선수 아바스 카리미는 난민대표팀 소속으로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