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생태·환경적 가치 극대화… 교육·관광 수익모델 만들어야 [심층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8-22 11:00:00 수정 : 2021-08-22 14:18: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유네스코 등재 한국갯벌의 숙제

순천만, 지자체·주민 나서 개발 막고 보존
2015년부터 생태·관광수입 주민에 환원
서천서도 버려진 갯벌 역간척해 되살려

최근 탄소저감 기능 보고되며 더 주목
공유수면 매립 등 갯벌 15년 새 2.7%↓
전체 30% 차지 인천선 “개발” 여론 높아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한국의 갯벌이 지난달 26일 유네스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계유산 민관 발전협의체’를 통해 갯벌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자체들은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 등 건립과 세계유산 교육·관광코스 개발을 서둘러 갯벌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갯벌을 터전으로 생활하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갯벌 보존과 개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간척사업이 진행 중인 전북에서는 새만금 갯벌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 갯벌 면적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인천에서는 세계유산 확대 계획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태계 지키자” 자체·주민 적극 나서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갯벌을 보전하기 위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밑거름됐다는 평가다. 순천만의 경우 1990년대 동천 하류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시민들은 골재 채취 반대 운동에 나서 생태계 토론회와 습지 보존 세미나 등을 주도하며 환경 보전에 관한 관심을 확산시켰다. 결국, 골재 채취 등 개발 허가는 취소됐고,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06년에는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했다.

순천시는 철새를 맞이하기 위해 순천만 일대 농경지 전봇대 282개를 제거하고, 동천둔치 등 8곳(38만㎡)에 내륙 습지를 조성했다. 갯벌 훼손지 11만㎡를 복원해 서식지를 넓혔고, 주민들은 흑두루미 영농단을 조직해 59㏊에 이르는 친환경 경관농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성장하게 했다. 철새가 늘자 2010년 한 해 10만명의 탐방객이 찾는 등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부상했고, 도시 확장을 막기 위한 에코벨트로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112만㎡ 규모의 정원을 조성해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2015년에는 순천만 주변 강 하구와 농경지 일원 5.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하고 ‘순천만습지 보전·관리 및 지원 사업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순천만 생태관광 수익 10%를 주민에게 환원했다. 5년마다 순천만 습지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인 순천시는 2018년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또한 갯벌의 살리고 가치를 증진하려는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됐다. 서천 갯벌 중 장항읍 유부도 일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다. 오래전 염전으로 간척이 이뤄졌지만, 폐염전이 되면서 염전도 갯벌도 아닌 폐허의 땅이 됐기 때문이다. 서천군과 충남도는 이 염전에 바닷물을 유통시켜 사라진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역간척 사업’에 힘을 쏟았다. 2017년부터 유부도와 부속 섬인 대죽도 일원의 폐염전 방조제를 철거하는 대신 다리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말 완료할 예정이다. 바닷물이 폐염전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3만3000㎡에 이르는 갯벌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자체들은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후속 조치에 나섰다. 국내 최대 갯벌을 보유한 신안군과 순천시는 각각 총사업비 450억원 규모의 ‘갯벌 세계유산 통합관리센터’ 유치 계획을 세우고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용역에 돌입했다. 순천시는 연속유산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 중인 ‘갯벌연구소’의 연구·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17개국 습지보존 업무를 담당하는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등에 대한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서천 갯벌’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서천 갯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서천갯벌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192억원) 건립과 다년생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하는 갯벌식생 조림사업(200억원), 생태체험장·생태탐방로를 조성하는 ‘송림항 어촌뉴딜’(128억원) 사업도 진행한다.

◆갯벌, 탁월한 ‘탄소 저감’ 기능에도 최근 15년간 2.7% 사라져

최근 서울대 김종성 연구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앞서 서울과학기술대 연구팀은 2013년 갯벌이 수산물 생산 기능과 다양한 생물 서식처 기능, 수질 정화 기능 등으로 1㎢에 연간 63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 전체 갯벌 면적으로 치면 연간 약 16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셈이다.

문제는 국토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국내 갯벌이 바닷모래 채취와 지속적인 공유수면 매립, 연안 개발사업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가 전국 갯벌 면적을 처음 조사한 2003년에만 해도 2550.2㎢에 달했으나, 5년 주기로 세 번째 조사한 2018년에는 2482㎢로 68.2㎢(2.7%) 감소했다. 1987년 이후로 치면 여의도 면적의 247배에 달하는 총 716㎢의 갯벌이 줄어들었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하수처리장 140개소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손실을 본 셈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갯벌 보존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해 갯벌 면적은 더 이상 줄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연안습지보호지역을 235.8㎢에서 1421.7㎢로 6배나 확대한 데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통해 2010년부터 8년간 1.1㎢에 그쳤던 것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0㎢로 3배가량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갯벌 보호 또는 개발에 대한 각기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등 46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마지막 갯벌이자 멸종위기 생물종이 서식하는 수라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신공항 건설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전주상공회의소 등 전북지역 209개 단체는 “새만금 갯벌 훼손 논란은 2006년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며 “50년 항공 오지의 서러움을 떨칠 수 있게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지역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도 유네스코가 송도·옹진·강화 일대 갯벌까지 구역을 확대해 2025년까지 세계자연유산 2단계 추가 등재를 권고한 것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민원과 청원 등을 통해 “향후 세계자연유산 등재 시 중첩규제가 발생해 지역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조업 활동 등에 제약받아 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녹색연합은 “인천 갯벌은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의 주요 서식지로서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제철새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EAAFP) 사무국과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자리할 정도”라며 “인천갯벌의 2단계 확대 참여를 통해 한국의 갯벌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세련 선문대 수산생명의학과 교수

◆“국가적 갯벌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나서야”

 

“우리나라 갯벌은 플랑크톤부터 어류, 패류, 조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부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지구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고 수산학적 활용 가치가 큰 천혜의 자원입니다.”

 

권세련(사진) 선문대 수산생명의학과 교수는 20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의 체계적·통합적 관리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갯벌생태계의 빅데이터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갯벌이 그동안 매립·간척으로 파괴되거나 오염물 유입으로 훼손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갯벌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갯벌 면적은 2482㎢가량으로 하루 24만t 처리 규모의 하수처리장 297개 정도에 해당하는 오염물질 정화능력을 갖고 있지만, 환경적·자원학적 가치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갯벌 보존과 활용 방안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권 교수는 “갯벌은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에 의해 유기물의 순환 및 분해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해양생물을 활용한 환경오염 관련 유류분해, 쓰레기 오염 분해, 독성물질 분해 및 정화 효과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아 환경정화 등 갯벌 복원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개류나 양식 등을 통한 수산물 획득하는 것으로 이용가치가 있다는 인식의 한계와 현재 갯벌 활용은 어촌사회 유지와 사회경제적 활용, 관광 및 체험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활용의 단편성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 놓았다.

 

그는 “갯벌에서 생물을 채취하는 것과 생태체험 관광지 활용을 위한 보존 노력을 뛰어넘어서 갯벌에서 서식하는 생물과 미생물을 활용한 해양바이오 자원 확보와 신규 유용물질 발굴로 갯벌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창=김동욱, 서천·아산=김정모, 순천=한승하 기자, 전국종합 kdw763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