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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버팀목’이던 월급, 주식·코인 등 재테크 종잣돈 변신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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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7 06:00:00 수정 : 2021-08-17 07: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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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달라진 재테크 풍경

월급만으론 주택 구입 언감생심
꾸준히 모아 기초자금으로 삼아
10명 중 4명은 가상화폐에 투자

“월급은 노동의 대가” 64% 응답
59% “월급 깎이면 퇴사 고려할 것”

“월급은 마약이죠, 생존마약, 월급을 제때 투약하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니까.”

 

박정화 작가의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세련된 직장인으로 나오는 김하나는 월급을 ‘생존마약’이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다들 월급에 중독돼서 끊지도 못하고 이 회사에 영혼을 저당 잡힌 노예가 되신 거잖아요”라며 말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세련된 스타일로 무장한 그녀는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지만 ‘아이돌 덕질(한 분야에 열중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관련 활동을 하는 것)’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했다.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서도 월급을 가상화폐와 주식투자를 위한 기초자금으로 인식하며 힘든 회사 생활을 견디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연봉 7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직장인 정모씨는 직장에서 시간 날 때마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어차피 월급은 투자를 위한 기초자금을 모으는 수단”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전세자금 대출금과 이자, 아이의 유치원비, 카드값을 내고 나면 막상 남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라며 “결국 미래를 위해서는 재테크를 할 수밖에 없고 몇 년간 꾸준히 모아온 월급이 이런 재테크의 기초자금이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가족을 부양하는 생활비로 인식돼온 월급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재테크를 위한 종잣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월급에 대해 만족하는 직장인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고,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직장인들은 가상화폐와 주식 등 각종 재테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월급, 냄새나 한번 맡아보자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월급, 냄새나 한번 맡아보자꾸나.”

 

‘그림왕 양치기’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양경수 작가의 만화에서 한 직장인이 월급을 받고 혼자 말을 한다. 그는 ‘네가 월급이라는 녀석이구나, 많이 그리울 거야’라며 현금에 인사를 한다. 이 만화는 직장인들의 월급에 대한 인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삽시간에 퍼졌다. 최근까지도 직장인들의 월급날마다 심심찮게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외국계 제약회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이모 과장은 월급에 대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월급이 들어오는 날 카드값, 월세, 각종 공과금으로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은 몇 십만원뿐”이라며 “며칠 사이에 현금은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8년간 몸담은 회사에 대해 그녀는 “월급만 더 준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며 “회사에 정당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게 월급인데, 굳이 매여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월급’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직장인이 경제적 활동을 가능케 하는 도구이자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 월급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의 월급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의 64.1%가 월급을 내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 인식하고 있었고 생존의 수단(46.7%), 내 시간을 회사에 맡긴 대가(40.6%) 등으로 월급을 표현했다.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나 회사와 나의 자부심이라는 응답은 각각 22.5%, 18.2%에 불과했다.

 

특히 월급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을 한 직장인은 19.7%에 불과했다. 또 직장인의 59.1%가 월급이 깎인다면 퇴사를 고려하겠다고 답했고 46.6%는 회사 생활은 월급받은 만큼만 하면 된다고 인식했다. 즉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만족감보다는 수령하는 월급의 액수에 따라 회사와 직장인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부족한 월급, 이제 주식투자와 가상화폐는 필수

 

중소기업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박모 대리는 최근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잃었다. 300만원대에 산 이더리움이 220만원까지 폭락해 1000만원가량을 손해보고 팔았다. 최근 이더리움이 다시 오르면서 그는 손실을 줄여보기 위해 또다시 2000만원의 적금을 깼다. 박씨는 “월급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손실이 나긴 했지만 가상화폐만 한 투자처도 없는 것 같다”고 향후에도 가상화폐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내 한 게임사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가상화폐와 주식투자로 꽤 큰돈을 벌었다. 전문 투자자가 꿈인 그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로 버는 금액이 월급과 비등해지면서 개인사업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어느 정도 기초 자산이 형성될 때까지 회사를 다닐 뿐이지 회사에서 느끼는 큰 보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열 명 중 네 명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고, 그중 절반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40%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81%의 직장인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로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월급으로만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2.5%)이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현재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직장인 중에서도 열 명 중 네 명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향이 있었다”며 “소액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거나, 월급만으로는 목돈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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