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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서대문형무소에 만든 첫 사형장 위치·구조 확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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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5 10:19:56 수정 : 2021-08-15 10: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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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 첫 사형장(왼쪽)과 사형장 현존 건물(오른쪽). 연합뉴스

 

일제가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명칭으로 지은 서대문형무소의 첫 사형장 위치와 구조가 확인됐다.

 

이 연구사는 서울역사편찬원이 펴내는 학술지 ‘서울과 역사’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대문형무소 설립 초기 사형장 운영 실태를 비롯해 1908∼1945년 서대문형무소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15일 근대사 연구자인 이승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연구사는 “서대문형무소 최초 사형장은 지금의 10옥사와 11옥사 중간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며 “일제는 감옥을 확장하면서 1921년 전후에 현재 사형장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경성감옥서 신축전경 평면도. 붉은색 원이 사형장 위치. 연합뉴스

 

이 연구사는 일제가 경성감옥을 세울 때부터 사형장이 배치됐으며, 사형은 ‘감옥 안에서 비공개’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가장 안쪽에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경성감옥서 신축전경 평면도’에서 감옥 안쪽에 위치한 사형장을 찾아냈다. 사형장에는 감옥으로 난 문과 외부로 연결되는 문이 각각 마련됐다. 이 연구사는 감옥과 이어진 문은 형무소 직원과 사형수가 이용했고, 바깥으로 난 문은 사형 집행이 끝난 뒤 시신을 옮기는 용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감옥에서 사형장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사형수가 잠시 대기하는 공간이 있고, 사형이 집행되는 건물은 집행관이 배석하는 자리와 교수대가 있는 자리로 구분됐다.

 

이 연구사는 “서대문형무소의 첫 사형장과 지금의 사형장은 구조에 큰 차이가 없지만, 첫 사형장은 교수대를 두 개 설치한 점이 특징”이라며 “한 번에 두 명씩 사형을 집행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첫 사형장 자리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됐는데, 사형장을 만들면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파놓은 지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통계 자료를 분석해 서대문형무소에서 1908∼1945년 사형당한 사람은 최소 493명이며, 이는 일제가 집행한 사형 건수의 약 36%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에 사형은 2심 재판소인 공소원(控訴院)이 있는 경성·대구·평양 감옥에서만 이뤄졌다.

 

그는 1908년에 처형된 사람 중에는 사형 장소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서대문형무소 사형수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서대문형무소 사형 집행 인원은 연평균 12.9명이었으나, 1909년에 77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짚었다. 사형 인원은 이후에도 1910년 34명, 1911년 29명, 1912년 23명으로 1915년 이후에는 10명 내외를 유지했다.

 

이 연구사는 “감옥 설립 초기에 의병 활동이 왕성했고, 사법권을 확보한 일본이 엄격하게 처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1906∼1910년 진행된 의병 재판 중 사형이 선고된 비율이 12.8%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사형자 중 특별법 위반자 수가 많지 않은 데 대해서는 “독립운동 사실만으로 사형 선고가 가능해진 것은 1928년”이라며 “일제가 무장투쟁이나 의열투쟁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도·살인·강도치사 등의 죄목을 적용해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일제는 독립운동가의 정치적 목적을 의도적으로 부인하고 ‘살인’ 행위만을 강조해 항일운동의 목적과 본질을 왜곡했다”며 “죄목만으로는 특정 사형수가 일반 형법범인지 정치·사상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서훈되지 않은 인물에 대해서도 독립운동을 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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