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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신고 후 8차례 상담… 피해·가해자 분리도 안해

입력 : 2021-08-13 18:38:13 수정 : 2021-08-13 18: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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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

피해자 노출 꺼려 한다는 이유로
사건 인지 후에도 추가 조치 안해
해군 “훈령상 피해자 의사가 우선”

軍, 은폐·축소 여부 등 수사 속도
서욱 장관 책임론 다시 수면위로
13일 해군 소속 여군의 빈소가 마련되는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정문 앞에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기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해군 여부사관 A중사가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 군은 13일 사건에 대해 파악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주임상사는 ‘피해자 요청’을 이유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고, 국방부와 해군은 규정 탓을 했다.

◆여군 중사, 2차 피해 가능성 높아

A중사가 상관인 B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시점은 5월 27일.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이 처음 공개된 것은 같은 달 31일이다. A중사가 신고 의사를 밝혔던 이달 초까지 두 달여 동안은 군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는 등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처음 인지한 주임상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해군은 규정을 내세웠다. 해군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에도 이를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령(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즉각 보고하게 되어 있고 훈령은 피해자 의사를 우선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일선 부대에선 훈령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의 노출을 꺼리는 것과 피해자 보호조치는 별개라는 지적이 많다.

도서지역 특성상 가까운 거리에서 근무하는데,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없다면 A중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2차 피해와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6월 30일 해군 제2함대 성고충상담관과의 유선 상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중사이니 걱정하지 마시라”라며 성폭력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고, A중사가 신고가 이뤄진 9일부터 숨진 12일까지 무려 8차례에 걸쳐 성고충상담관과 통화한 것을 감안하면 내적 고통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해군 소속 여군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근조화환을 운반하는 차량이 정문으로 진입하고 있다. 뉴스1

◆수사 속도 높이는 군… 장관 책임론

합동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중앙수사대는 성추행 가해자 B상사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 초기엔 신고를 원하지 않던 피해자가 지난 7일 다시 면담을 요청하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부 보고 과정과 은폐·축소·회유 정황 여부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욱 국방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했는데,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6월 9일과 10일, 7월 7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7월 20일)에 이어 일곱 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은 서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이른 시일 안에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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