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직행
文대통령 “가석방, 국익 위한 선택”
반도체 투자·백신 수급 역할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곧바로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았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격화 등에 따른 현안 처리가 시급한 터라 가석방에 따른 취업제한 논란 등 경영활동 제약을 조기에 정면돌파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출소한 직후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또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재판은 계속 받아야 하는데 심경이 어떤지’, ‘특혜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경제 활성화 대책은 무엇인지’, ‘반도체와 백신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지’ 등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준비돼 있던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전 11시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사장단 등을 소집한 공식 회의를 주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 현안을 보고받고 파악하면서 일선 복귀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사수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20조원대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프로젝트 확정이 임박한 상태로, 경기 평택캠퍼스 추가 투자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분야 M&A 등도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있는 관심사다. 여기에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진출도 곧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과정에서 코로나19 경제 상황에서 역할을 주문받은 만큼 백신 수급과 관련해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17일 열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그간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찾은 전례가 많아 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 출장을 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가석방 기간 중 보호관찰을 받게 돼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따라야 하는 등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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