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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행원’ 늘리고 영업점 줄이고… 비대면·디지털화 가속도 [연중기획-포스트 코로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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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2 06:00:00 수정 : 2021-08-12 09: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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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나서는 금융권

은행마다 맞춤형 서비스
우리銀, 비대면 선호 고객들 전담 관리
농협銀, 주택담보대출까지 영역 확장
하나銀, 온라인지점 만들어 직접 소통

고객들 이용도 크게 늘어
2020년 인터넷뱅킹 등록 1년새 7% 늘어
자금 이체·대출 신청 11.9·20.6% 증가
중장년층들도 디지털 거래 비중 커져

몸집 줄이기 나선 은행들
5대 시중은행 영업점 2020년 216개 없애
지점 중심의 전통 금융사 인력 감소세
“개인 상대 소매금융 미래 없어” 위기감

올해 하반기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은행원이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혁신점포를 편의점에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편의점 한 곳에 테스트용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아직 AI의 능력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금융권이 추진 중인 비대면화·디지털화 바람을 읽을 수 있는 사례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비대면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금융권의 디지털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비대면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이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한 은행 애플리케이션 ‘우리WON뱅킹’ 전용상품인 ‘우리 WON주택대출’을 출시했고, 앞서 하나은행도 이와 비슷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도 개인사업자 전용 비대면 통장을 선보인 바 있다.

계좌이체 등 일반적인 금융거래는 비대면·디지털화된 지 오래고, 개인 고객의 ‘마이너스통장’을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제 주택담보 대출까지 비대면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그만큼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며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아예 비대면 선호 고객 전담관리를 위한 조직인 ‘WON컨시어지영업부’를 신설했다. 비대면 선호 고객과 전담직원이 일대일로 매칭돼 금융상담, 상품추천, 상품가입까지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고객을 위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인 ‘MY브랜치’를 선보였다. 개별 영업점 환경과 고객 특성에 맞는 가상 온라인 지점을 직원이 직접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으로 업계의 관심을 끈다.

은행들은 또 ‘메타버스’를 활용해 사내 행사를 여는가 하면, 이와 연계된 상품도 출시 중이다.

비대면과 함께 손뼉을 마주치는 금융의 짝은 디지털이다. 비대면 업무 역량을 확보하려면 디지털 역량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AI 상담시스템인 ‘AI 상담봇’을 도입할 계획으로, 올해 디지털·정보기술(IT) 분야에서 두 자릿수의 신입 행원 선발에 나섰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신입·경력 채용에서 디지털 인력 부문의 채용 규모를 늘려 잡았다.

신한은행은 AI 챗봇 서비스인 ‘오로라’의 상담 이력 300만건을 분석해, 정답률을 개선하는 등 고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미 사용자의 질의에 대한 챗봇의 정답유사율은 96% 수준에 올라 있다. 신한은행은 내부 인사에도 AI의 평가를 반영할 정도로 디지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특정 사업의 기획 파트와 IT 개발·운영 인원을 한곳에 모아 유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영업점 방문 줄고 디지털 채널 고객 증가

비대면 금융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당국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수는 1억7037만명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이 중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1억3373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10.6% 늘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거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중 인터넷뱅킹을 통한 자금이체와 대출신청 서비스 이용 건수 및 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11.9%, 20.6%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이용실적은 같은 기간 각각 18.8%, 45.2%나 늘었다.

특히 대출 서비스가 폭증한 점이 눈에 띈다. 인터넷뱅킹을 통한 대출신청 금액은 2020년 4842억원으로 전년의 1925억원보다 151.5%나 불어났다. 2017년의 1030억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은행의 돈 되는 서비스가 급격히 비대면·온라인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비대면화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 영업점 내 대기인원 수를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물리적으로 영업점 방문이 어려워진 데다가 코로나19 감염을 염려한 고객들이 내방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 내방인원을 제한해도, 내방객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업점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는 잘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거래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중장년층도 디지털로 거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용자 수가 1615만명으로, 이 중 50대 이상 이용자가 전체의 1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50대 이상 비중은 9%였다.

◆시중은행 몸집 줄이기… 고용 감소 부르나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영업점 216개소를 줄였다. 5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2016년 4917개소 △2017년 4726개소 △2018년 4699개소 △2019년 4661개소 △2020년 4425개소로 빠르게 줄고 있다. 불과 4년 사이에 10곳 중 1곳(492개소)이 문을 닫은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이들 은행에서 2000명 이상이 희망퇴직했다. 은행들은 하나같이 “은행 영업점이 줄어든다고 해서 은행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희망퇴직은 매년 있었고 신규 채용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은행원들의 감소 추세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1년 10만명에서 2016년에는 8만2300명, 2020년엔 8만1100명으로 줄었다. 영업점 감소만큼은 아니지만,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해온 전통 금융사들의 인력은 시나브로 줄고 있다.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여명이었던 카카오뱅크 임직원 수는 올해 1000명을 넘겼고, 지난해 일자리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 표창’까지 수상했지만, 오히려 금융권 전반은 디지털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육성 전략이 일자리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 인사들은 “이제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디지털화는 일자리 감소를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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