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직업에 대한 차별·편견 존재
많은 노력·논의 통해 ‘행복한 나라’ 변화
부모님도 꿈을 물을 뿐 선택 강요 안해

“개천에서 용 난다고요? 모두가 용일 수는 없을까요?”
한국에서 16년간 생활하며 ‘상상 속의 덴마크’를 집필한 작가 에밀 라우센은 한국 사회의 계층이동 문제에 대해 “덴마크에 비해 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경쟁이 심한 환경 때문에 생겨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1일 덴마크 코소르 자택에서 만난 에밀은 “덴마크의 사회계층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며 “직업이나 부(富)로 계층을 나눈다는 것이 덴마크에는 어울리지 않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직업은 사람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직업이 있는 거지 남들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에는 ‘얀테의 법칙(Janteloven, Law of Jante)’이란 게 있다. 자신을 남보다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일종의 사회규범이다. 그는 “덴마크에서 의사나 변호사 등 일부 직업을 얻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는 일부 해외 영업직을 제외하고 굳이 명함을 만들지 않는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격 없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에밀의 아버지는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이고 어머니는 교사지만 에밀에게 직업이나 진학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어떤 꿈이 있니”, “좋아하는 것이 뭐니”라고 꿈을 물었을 뿐이다. 실제 그는 학창시절 7년간 신학을 공부했고 1년 반 동안은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에밀은 “부모님이 교회를 안 다녔는데 신학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었다”며 “한국이었다면 부모님이 이해를 못 했을 수도 있다”고 웃음 지었다.
덴마크가 과거부터 이런 모습은 갖춘 건 아니다. 덴마크 1950∼60년대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환경미화원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며 직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묘사되곤 한다. 에밀의 아버지가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도 부모의 영향이 컸다. 에밀은 “지금 같은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덴마크인들의 많은 노력과 논의가 있었다”며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의 나라’라는 명칭이 붙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덴마크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에밀은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자유에 막막함을 느끼기도 한다”며 “때로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강박관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답은 없다”며 “다만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건 확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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