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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주한미군 철수 요구…북미 협상 주도권 노려

입력 : 2021-08-10 16:09:45 수정 : 2021-08-10 16: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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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담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 요구에 이어 김 부부장은 또 한 번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내놨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부부장이 고도의 대미 협상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볼 것"이라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부장은 10일에는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돌연 취소를 요구하는 무리한 제안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미동맹의 중추인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현실성이 더 떨어지는 요구를 했다.

 

이처럼 김 부부장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식 요구를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그가 다가올 대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에임 하이(aim high)' 협상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임 하이란 협상에서 원래 얻고자 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이다. 에임 하이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은 자신의 편에 유리한 쪽으로 통 크게 숫자를 제시해 협상 주도권을 쥠으로써 유리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자신이 양보할 여력을 확보한다.

 

에임 하이 전략을 통해 처음부터 상대가 거절할 것이 확실한 강한 요구를 한 다음에 좀 더 작은 요구를 하면 상대는 미안한 마음으로 작은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이 커진다.

 

에임 하이를 구사하면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를 누릴 수 있다. 정박 효과란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 협상에서 처음 제시된 정보가 판단기준이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정박 효과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 부부장 역시 한미훈련 취소나 주한미군 철수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향후 비핵화 협상 등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서는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의 협상 전술에 당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며 민생과 관련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돌연 영변 외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더 센 요구를 함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에임 하이 전략에도 결점은 있다.

 

에임 하이를 구사하면서 논리적 근거도 없이 턱없는 조건을 제시하면 신뢰가 깨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상대가 끌려오지 않은 경우 에임 하이 전략을 구사한 쪽이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상대방이 딴청 피우기로 응수하면 에임 하이를 하려 했던 측은 기준점을 스스로 움직이게 된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상대로 딴청 피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여러 가지 요구와 위협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응답을 피한 채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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