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7일째 규모를 키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 북부에서 150㎞가량 떨어진 에비아섬에 화재 진압용 항공기 11대와 소방관650명 등을 투입해 화마와 싸우고 있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산불로 에비아섬은 물론 본토 인근 하늘까지 연기와 재로 뒤덮였다. 불길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면서 영화 속 지구 종말 장면을 방불케 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민과 관광객 2000여명이 바다로 피난했으며, 가옥과 사무실 수백 채가 붕괴됐다. 에비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면적 절반을 넘는 3만5000헥타르가 불에 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모든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자연재해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대대적인 섬 재건 노력을 약속했다. 소방 당국이 충분한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는 "고통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사과했다.
다만 화재가 섬 남북 양단에서 발생한 탓에 헬기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잃었는지 외에도, 이 전대미문 자연재해에서 뭘 구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테네 인근에선 자원봉사 소방관 1명이 산불 진압 중 사망했으며, 4명은 부상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은 중태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스 검찰총장은 화재 원인이 범죄와 연관 있는지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스 당국은 현지 노력만으론 불길을 막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 등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유럽과 중동 등 20여개 국에선 항공기, 헬기, 소방차, 소방대원 등을 파견해 화재 진압을 지원하고 있다.
같은 시기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터키에서도 화재 진압용 항공기를 2대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스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터키 산불은 현재 통제 가능한 상태"라며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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