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던 도쿄 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 지구와 인류를 위해’(Be better, together for the planet and the people)였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인류애를 굳건히 하고 지구환경을 회복시키는 지속가능성의 선도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슬로건은 인류 번영과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193개국이 공동 제정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기반으로 발표됐다.
조직위는 지속가능성 관련 다섯가지 주요 주제로 ▲기후 변화 ▲자원 관리 ▲자연환경과 생물 다양성 ▲인권, 노동 존중 및 공정한 사업 관행 ▲협력 및 소통(참여)을 선정하면서 기후 대응과 탄소 저감이라는 글로벌 주요 아젠다를 넣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의 테마는 동시대의 전반적인 이슈와 동향을 반영한다. 57년 전 1964 도쿄 올림픽의 주요 테마가 경제성장을 뜻했다면 이번은 ‘에코’(エコ·환경문제 대책을 의미하는 ‘ecology’와 저비용을 뜻하는 ‘economy’의 머리글자를 딴 일본식 영어)’로 정해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반영한 셈이다.
조직위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선언된 탄소 저감과 ‘넷 제로’(탄소 배출량이 0인 상태)의 기조에 맞춰 ‘카본 마이너스(Carbon-Minus) 올림픽’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는데, 넷 제로를 넘어 0 미만으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계획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총량을 나타내는 탄소 발자국을 지난 대회와 비교해 약 12%까지 줄인 수치인 대략 273만t에 묶어 둔다는 선언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올림픽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조직위에 제출된 민원에 따르면 먼저 주경기장 건설에 쓰인 목재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 아시아의 열대우림에서 남벌됐다. 이는 열대우림 손실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내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의 서식지마저 파괴하는 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 직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탱크에 보관 중인 125t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육상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마저 파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발표는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의 경제, 환경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으로, 조직위가 추구하는 ‘친환경 지속가능 올림픽’ 구호를 무색하게 했다.
더불어 일본 민영 JNN 방송은 지난달 27일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도쿄 올림픽에서 날마다 도시락 수천개가 무작위로 폐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조직위는 올림픽 식품 조달 등에 관해 SDGs에 따라 자원을 관리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조직위는 자원봉사 등에 따른 도시락 수요를 너무 많이 추정했다고 시인하고 “식품 손실이 일어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세계자연기금 일본지사(WWF Japan) 소속 환경운동가이자 도쿄 올림픽 지속가능성 위원회의 위원인 마니코 코니시는 “올림픽은 탈탄소화와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단순히 국가 대 국가의 스포츠 경기 각축전만이 아닌 정의와 평화, 그리고 친환경까지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는 의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처음 개최된 이번 ‘뉴노멀 올림픽’은 환경 생태계의 위기와 코로나19 등의 갑작스러운 재난에 인류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수많은 악재를 뚫고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이 과연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혜서 UN SDGs 협회 선임연구원 unsdgs.gptj2060@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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