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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생 20년, 이런 더위 처음이야"…박인비도 놀란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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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5 09:34:10 수정 : 2021-08-05 14: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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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에 김세영은 상의 목 부분 잘라내고, '반바지' 김효주는 화상 입은 듯 익어
외국 선수 캐디 열사병 피해도…국제골프연맹, 얼음·쿨링 타올 등 마련

"20년 동안 골프 치며 이런 날씨는 처음이에요."(박인비)

"웃음 밖에 안 나오네요. 너무 더워요."(김세영)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추고 2020 도쿄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선 한국 여자골프 군단이 첫날부터 일본의 폭염에 혀를 내둘렀다.

4일 올림픽 여자골프 1라운드가 펼쳐진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엔 최고 섭씨 36도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 채 햇볕이 특히 강렬하게 내리쬐면서 체감온도를 더 높였다. 예고된 더위였지만, 예상을 뛰어넘었다.

선수들은 수시로 우산을 쓰거나 얼음주머니를 대고, 물을 마시는 등 경기 내내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1라운드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인비(33)는 "이렇게 날씨가 더워질 줄은 몰랐다. 후반 몇 홀은 어떻게 친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20년 동안 골프를 치며 이런 날씨는 처음이다"라고 더위의 기세를 표현했다.

박인비는 "제가 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18홀 내내 정말 더웠다"며 "후반에 집중력을 잃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더위 얘기가 나오자 한참 동안 헛웃음을 짓던 김세영(28) 역시 "제가 생각해도 선수 생활에서 가장 더운 것 같다"며 "평소에 땀을 잘 흘리지 않는데, 이 정도로 땀을 흘린 것이 처음이다. 캐디도 너무 힘들어해서 안타까웠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세영은 라운드 형태로 올라온 대표팀 골프복 상의의 목 부분이 더위에 답답할까 봐 살짝 잘라내 아래로 접어내려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박세리 감독님이 과일 등을 챙겨주셔서 당 보충을 많이 하고, 먹는 것을 전체적으로 많이 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라운드에 나선 김효주는 경기를 마치고 나니 다리가 거의 화상을 입은 듯 벌겋게 익은 모습이었다.

"습하다 보니 긴바지는 감길 것 같아 반바지가 시원해서 입은 건데 완전히 데었다. 선크림을 바르니 따갑더라"고 설명한 김효주는 "올림픽에 나와서 너무 기쁜데, 달리 표현할 것도 없이 너무 덥다. 물을 끊임없이 마셨다"고 토로했다.

고진영(26)에게도 경기 소감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 얘기가 "너무 더웠다"였다.

2라운드가 이어질 5일도 비슷한 기온과 더위가 예보됐다.

김세영은 "잘 쉬어야 할 것 같고, 정신력이 중요해보인다"면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이 대회 이후엔 스코틀랜드로 가고 가을도 오니까, 올해 더위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며 "그 생각으로 불태우겠다. 쓰러지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우선 들어가서 다리에 냉찜질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선크림을 정말 많이 발라야겠다"면서도 "긴 바지를 입으면 쓸릴 것 같아서 반바지 차림은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렉시 톰프슨은 이날 15번 홀 경기 중 캐디 잭 펄검이 극심한 더위에 열사병 증세를 호소하자 쉬게 하고 팀 매니저인 도나 윌킨스를 대동해 남은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톰프슨은 "캐디가 '내 얼굴이 창백해 보이지 않냐'고 묻더라. 그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 보였다"고 전하며 "그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유카 사소는 캐디 리오넬 마티추크가 전날 연습 라운드 때 열사병 탓에 병원 신세를 지며 대표팀 코치가 캐디로 나서는 등 직접적인 더위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골프연맹(IGF)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IGF는 1번 티에 선수와 캐디용 우산을 비치하고, 각 홀 티에도 우산을 든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로 했다.

코스엔 얼음과 쿨링 타올을 싣고 다니는 카트가 돌아다닐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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