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총 태양광발전 용량 20.3GW 추정
전력사용 피크시간에 전체 수요 11% 차지
민간·소규모 중심… 정확한 계측 못해 추산
전문가들 대체로 “전력 공급 기여도 상당”
거래방식·시간별 비중 달라 반대 시각도
태양광 증가로 전력 불확실성 대처 개선
여름 수급 불안정할 때 유연한 대응 가능
미계측 발전량 줄이고 변동성 관리 숙제
산업부 “태양광 통계 일·월별로 산출 검토
자가용 시설 현황·실적 관리체계도 구축”

도로를 달리다가도,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신호등 위에서까지, 태양광 패널은 일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평가받는 태양광발전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전력 생산에서도 태양광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전력 수급을 따질 때 무시할 수 없는 전원이 됐다.
에너지 기관 관계자나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태양광발전의 전력 공급 기여도는 상당하다”고 한다. 반대로 전력 거래 방식이나 시간에 따라 태양광발전이 차지하는 전력 공급 비중이 크게 달라져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태양광, 보이지 않지만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 설치된 전체 태양광발전 용량은 약 20.3기가와트(GW)로 추정된다. 대규모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참여자 5.1GW와 전력시장에는 참여하지 않고 바로 한국전력과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당사자 11.5GW, 그 밖에 자가소비 목적으로 태양광설비를 설치한 자가용 발전자 약 3.7GW로 구분된다.
태양광발전은 지난달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높아졌을 때 전력 수급이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전력사용 피크시간인 오후 2∼3시에 태양광발전은 전체 수요의 11.1%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시간에 사용된 전기의 약 11%가 태양광발전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발전량은 10GW를 소폭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발전의 효과는 전력시장의 수요 피크시간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전력 총수요는 기온이 오르고 냉방기기 사용도 많은 오후 3시쯤에 가장 높지만 전력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는 오후 5시에 최고로 나타난다. 낮에 태양광발전으로 사용된 전력은 총수요를 줄이는 형태로 반영되고 해가 기우는 오후 5시쯤부터 태양광발전량은 줄어들어 기여도가 낮아진다.
태양광발전량이 정확히 계측되지 못하고 추산되는 이유나 태양광발전량이 수요 감축으로 간접적으로 반영되는 이유는 민간·소규모 중심이라는 태양광발전의 특징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전력사용량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기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즉 발전량으로 따진다. 발전량은 전력거래소가 파악한다. 여기에는 석탄화력·원자력·LNG 발전 등이 모두 포함되고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부 태양광도 계량된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되는 소규모 한전PPA나 자가용 태양광발전은 실시간 발전량이 전력거래소에 집계되지 않는다. 분명 만들어진 전기이나 집계되는 발전량을 기준으로 따지면 ‘없는 전기’인 셈이다. 그래서 이미 사용된 양만큼의 에너지는 전력거래소 입장에서 공급이 아니라 수요 자체가 상쇄 혹은 감축됐다고 표현한다.
같은 이유로 소규모 태양광발전은 전력거래소가 실시간이 아닌 일·월 단위 발전량만 파악할 수 있거나 일부는 아예 계측에서 누락돼 총 태양광발전량은 추산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계량 태양광은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발전량, 즉 전력시장 공급량 추이를 보고 역산해 추정한다. 맑은 날에는 태양광이 상대적으로 많아 순수요가 비교적 많이 줄고 흐린 날은 태양광이 적어 순수요가 적게 빠진다.

전력시장 수요가 실제 쓰이는 전력이 가장 많은 시간인 오후 3시가 아닌 오후 5시에 피크인 이유도 한낮 태양광발전으로 전력수요가 상쇄된 영향이다. 오후 2∼3시에 11% 이상으로 추정되는 태양광발전 비중은 4∼5시에 전력거래소를 통해 집계된 태양광 비중만 따지면 1%대로 급감한다. 이는 피크시간이 지나서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일부 발전량만 따진 것으로, 실제 태양광 비중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태양광을 잡아라
전력거래소는 전력 공급에 태양광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다. 정응수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장은 지난 2일 태양광에너지의 전력피크 기여도와 관련, “충분히 수요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 5년간 여름 피크시간대에 태양광 평균 이용률은 적어도 35%”라고 말했다. 이학영·김성환(이상 더불어민주당)·양이원영(무소속) 의원실이 주최하고 그린피스와 에너지전환포럼이 주관한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토론회 자리에서다.
전력거래소는 휴가기간 등을 고려해 다음 주에 전력수요가 최대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 처장은 “8월2주에도 태양광발전에 의한 수요 감축이 5.2GW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피크시간대에 태양열 기여도는 7%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일부 정보만 발췌해 태양광이 실효성 없다고 저평가하는 것은 과학적 분석도 객관적 평가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태양광 증가로 전력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름철 폭염 등으로 전력수급이 여유롭지 않은 시기는 1년 중 3∼5%에 불과하다. 이렇게 기습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시기에 태양광같이 전기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자원이 전체 전력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웬만한 기습공격에도 탄탄하고 유연한 대응체계가 준비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태양광발전은 변동성이 큰 전원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계측되지 않는 태양광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숙제다. 정 처장은 “미계량 태양광이 늘수록 실제 총수요와 (태양광으로 감축된) 전력시장 계측수요 간 차이가 커진다”며 “전력수요가 큰 폭으로 증감하고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은 곧 전력 공급능력과 예비전력 결정으로 이어진다. 이런 판단들이 모여 전력수급 안정성이 결정된다.
전력시장 밖 미계량 태양광으로 수요예측 오차가 발생하는 점 등을 감안해 정부는 계측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부는 “한전PPA·자가용 태양광발전을 포함해 전체 태양광 통계를 일·월별로 산출하고 전력수급 기여 현황을 보다 명확하게 검토하겠다”며 “보다 정확한 추계를 위해서 한전PPA 태양광에 실시간 정보제공장치 설치를 지원하고 자가용 태양광 설비현황과 발전량 실적도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