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28년 만의 챔피언 기회 아쉽게 놓쳐
트뤼도, 몬트리올 특산품 바이든에 보내 ‘축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캐나다 몬트리올산(産) 훈제육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미국 팀들과 캐나다 팀들이 뒤섞여 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2021 시즌 결승전에서 미국 팀이 우승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마침 올 시즌 NHL은 미국 팀과 캐나다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어 미국 팀이 이겼기에 선물을 보내는 트뤼도 총리의 속은 다소 쓰렸을 수도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뜻밖의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캐나다 총리실이 캐나다 국민, 특히 몬트리올 시민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좋은 훈제육을 백악관에 선물로 보낸 것에 대한 답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게 “미국과 캐나다 간의 긴밀한 협력과 우정”을 거듭 강조했다.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 종목이다. 미국에서도 아이스하키는 야구, 농구, 아메리칸풋볼과 더불어 4대 인기 스포츠로 통한다. 그래서 1917년 설립된 NHL에는 미국 팀 25개와 더불어 캐나다 팀 7개가 참여하고 있다. 이 32개의 팀이 국적과 상관없이 자웅을 겨뤄 최강자를 가리는 구조다.

어쩌다 결승전에서 미국 팀과 캐나다 팀이 만나기라도 하면 사실상 ‘국가 간 대항전’의 성격으로 돌변한다. 아무래도 숫적으로 열세인 캐나다 국민들이 원래 응원하는 팀이 어디이든 캐나다 국적 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열광적 응원을 보낸다. 미국을 ‘적’으로 여기는 듯 관중석에서 “미합중국을 때려눕히자(BEAT USA)!”라는 응원 구호가 울려퍼질 정도다.
NHL 챔피언 결정전은 승자에게 주어지는 우승컵 이름을 따 ‘스탠리컵’이라고 불린다. 캐나다 팬들 입장에선 안타깝게도 캐나다 팀은 1993년 이후 단 한 번도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그해 몬트리올 캐네디언스(프랑스 명칭 : 레 카나디앵 드 몽레알)가 챔피언에 오른 뒤로는 스탠리컵과 캐나다의 인연이 뚝 끊어졌다는 얘기다.

올 시즌은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연고를 둔 탬파베이 라이트닝과 캐나다 퀴벡주를 대표하는 몬트리올 캐네디언스가 챔피언 결정전(7전 4승제)에서 만나 6∼7월 내내 혈투를 벌인 끝에 탬파베이가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탬파베이는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반면 몬트리올은 28년 만에 스탠리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몬트리올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던 캐나다 팬들의 맥이 탁 풀린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우승 축하 선물로 몬트리올 특산품인 훈제육을 바이든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대인배’다운 풍모를 보여줬다. 캐나다, 특히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훈제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다. 몬트리올 시민들이 훈제고기 샌드위치를 얼마나 즐기는가 하면 서슴없이 ‘솔 푸드’(영혼의 음식)라고 부를 정도다. 훈제고기 샌드위치로 유명한 몬트리올 플라토 지역의 ‘더 메인델리’라는 가게는 트뤼도 총리의 단골집으로 알려져 있다.
선물에 감동했는지 바이든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캐나다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갔다. 캐나다 외교의 최대 현안은 ‘스파이’의 누명을 쓰고 중국에 억류 중인 자국 시민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를 석방시키는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두 사람을 독단적으로 억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들의 석방을 위해 캐나다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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