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합류 압박에도 묵묵부답
현재 4% 안팎 지지율 지렛대 삼아
국민의힘 주자와 막판 단일화 전망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사진) 대표의 거취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권 통합 플랫폼’으로 정권교체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합류를 압박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4% 안팎인 안 대표가 단독 출마할 경우 야권은 대선 일정 막바지까지 단일화를 두고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합당 실무협상이 중단된 지난달 27일 이후 연일 안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정권교체를 향해 힘차게 달리라는 국민의 뜻, 안철수 대표가 응답할 차례”라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이미 수차례 대화에 나서 담판을 짓자고 했고, 합당 이후 대선 출마의 가능성까지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대선 진용이 갖춰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게 정치적으로 승산이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되레 지지율과 당 장악력에서 앞서 있는 당내 주자들에게 밀려 조기 낙마할 가능성이 크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제3지대의 정치적 메리트가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공간은 사라지게 된다”며 “장외에서 시간을 두고 국민의힘 상황을 지켜보는 게 정치적 승산 면에서 더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여론조사 지지율을 4%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득표율 2∼3%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양자 구도에서 안 대표가 캐스팅보트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지금의 지지율만 선거 막판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국민의힘 주자와 단일화를 통해 정치적 지분을 챙기고 차차기를 노리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합당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길어지면서 양당은 협상시한을 두고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위해 만남을 제안한다면 언제든 버선발로 맞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한은 다음 주로 못 박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매우 고압적인 갑질”이라며 “휴가 일정을 이유로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도 “지지율 1위 하는 제1야당에게 당명 바꾸라고 요구하면서 대화를 거부하는 게 갑질”이라고 곧바로 받아쳤다.
이날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휴가 일정이 내년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정인 줄 몰랐다”며 “휴가 잘 다녀오시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내비치자 양측 간 갈등 수준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이 대표 역시 “이번 주에는 하기 싫은 합당이 다음 주에는 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휴가 가지 말라는 건가.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휴가 간 기간에 굳이 합당 협상을 해야 한다면 교육 마치고 저녁에 서울 올라오겠다”고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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