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었던 여가부 폐지론, 벽화 논란 계기 ‘부상’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둘러싼 논란이 ‘여성가족부 책임론’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한 여가부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한 인간의 ‘여성임’을 도구로 삼아 공격한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과 관련해 명함을 판 사람이라면, 피 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사건인데 모두 어디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여성 운동가들과 여성가족부가 추구한다는 가치는 어떤 정치 세력과 연관된 일인지에 켜졌다 꺼졌다 하는 건가. 득실에 따라 주머니에서 꺼냈다 다시 넣었다 하는 게 무슨 가치인가. 여당이 허락한 페미니즘뿐인가”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여성 단체는,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은 침묵하지 말고 나서달라”면서 “단 없어질 여가부는 조용히 계셔도 된다”라고 했다. 여가부 폐지를 전제로 한 발언이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무서운 나라에서 소름 끼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참 야비하고 부끄럽고 천박한 짓”이라면서 “언제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이 이 지경이 됐나. 여가부 장관은 어딨나”라고 여가부의 무대응을 꼬집었다.
앞서 여가부 폐지론은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이 꺼내고, 이준석 대표가 호응하면서 정치권 이슈로 떠올랐으나, 이 대표가 통일부까지 폐지하자고 주장한 뒤 이에 대한 당 내부 이견이 표출되면서 동력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쥴리 벽화’가 다시 여가부 폐지론의 불씨를 댕긴 모습이다.

지난 28일 종로구 관철동 종로12길의 한 건물 외벽에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대형 벽화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 문구가 적혔다. ‘쥴리’는 김씨 관련 의혹에서 나온 이름이다. 김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소설”이라며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대표이자 건물주인 여모씨가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벽화는 이날 오전 논란이 된 문구가 모두 지워진 채 여성의 그림 등만 남은 상태다. 여씨는 언론을 통해 문구 삭제 이유에 대해 “배후설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며 “주변에서 ‘왜 이렇게 힘들 게 사냐’고 걱정을 많이 해 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가부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형식으로 보낸 ‘최근 스포츠계와 정치 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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