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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곤충, 미래 먹거리로 주목… 판로 개척 큰 과제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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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1 10:00:00 수정 : 2021-08-01 1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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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곤충산업의 빛과 그늘

‘작은 가축’ 곤충시장 급성장세
지렁이 등 징그럽게 느껴지던 곤충들
식용·사료·학습 및 애완용으로 사육
곤충업 신고 농가·법인 매년 증가세
2020년 시장규모 414억… 전년比 2.1%↑

‘산업화’엔 아직 넘어야할 산 많아
안정된 소비처 못구해 농가들 ‘발 동동’
고른 품질로 시판되는 정식사료 없어
‘곤충 사육장은 혐오시설’ 님비 현상도
‘식량자원’ 인식 개선·판로 확보 관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곤충식품 페스티벌 및 심포지엄에서 업체 관계자가 갈색거저리를 넣어 만든 왕풍뎅이 모양의 빵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 “지렁이를 키운다니 말이 돼? 그거 들어오면 우리 마을 쫄딱 망하는겨.” 지난달 말 경북 봉화군청 앞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상운면 토일리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마을에 지렁이 사육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격이라며 농성을 벌였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해 농사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상당수 주민이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지렁이 사육장이 들어서면 악취는 물론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렁이 사육장에서 사료로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폐기물을 먹인다고 하더라”면서 “우리 마을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손으로 닦아가며 수시간째 집회를 이어갔다. ‘지렁이 사육장 결사반대’, ‘악취 때문에 못 산다‘ 등의 손팻말도 들었다.

#2. 곤충산업에 뛰어든 사람이 말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판로 확보’이다. 곤충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돈이 된다는 입소문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곤충시장에 뛰고 있지만 마땅한 판매처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1억6000만원의 곤충산업 실적을 올린 충북에서도 무작정 곤충산업에 뛰어들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청주시 한 곤충가공회사 대표는 “곤충은 생산만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판매되는 폭넓은 유통시장을 가진 산업이 아니다”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폐업 수순을 밟는 업주도 여럿 봤다”고 귀띔했다.


징그럽게만 느껴지던 곤충이 ‘블루오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농촌에선 간식거리로 메뚜기와 귀뚜라미 등을 튀겨먹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인식도 변화하는 법. 요즘 젊은 세대의 머릿속에 곤충은 ‘식용’보다는 ‘혐오’가 더 가까운 표현이 됐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런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곤충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3년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으로 지정했다. 단백질 1㎏을 생산하기 위해선 가축의 경우 10㎏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곤충은 1㎏만 들어 경제적이다. 또 식용 곤충은 가축동물보다 온실가스와 음식물쓰레기를 적게 배출한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곤충이지만 산업화에는 여러 문제점이 따른다. 먼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곤충에게 먹일 이렇다 할 정식 사료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 곤충산업을 혐오시설로 보는 경향이 커 종종 ‘님비현상’이 벌어진다. 식용곤충이 일상 식품으로 자리 잡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지난해 시장 규모 414억

식용곤충 시장은 매년 몸집을 키우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곤충산업 시장은 전년보다 2.1% 상승한 414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곤충산업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업종은 식용곤충이다. 판매액의 51.6%가 식용곤충 관련 업종에서 나왔다. 이어 사료용 곤충(22.5%), 학습·애완곤충(10.7%), 기타(15.6%) 순이다.

곤충별로는 흰점박이꽃무지(147억원)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 동애등에(93억원)와 갈색거저리(33억원), 귀뚜라미(32억원), 장수풍뎅이(29억원), 사슴벌레(16억원)도 판매됐다. 곤충업을 신고한 농가나 법인도 증가세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신고가 접수된 농가·법인은 2873개로 전년(2535개)보다 330여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719개)가 가장 많았고 경북(501개), 경남(339개) 등이 뒤를 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료용 곤충 판매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곤충산업을 키우기 위한 거점단지 조성과 가공·유통 활성화를 위한 유통사업단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식 곤충사료 없어…혐오시설 ‘NO’

“해를 거듭할수록 곤충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곤충 사료는 없어요. 아이러니하죠?”

경북 예천군 지보면에서 흰점박이꽃무지를 키우고 있는 최병수(49)씨가 한 말이다. 그는 2013년부터 곤충을 키우기 시작해 ‘곤충산업 1세대’이자 ‘곤충 전문가’로 통한다. 그런 그가 본 한국 곤충산업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사료이다. 소와 돼지 등의 가축과는 다르게 곤충은 고른 품질로 시판되는 정식 사료가 없다.

최씨는 “곤충 사료를 파는 업체가 전국에 3~4개 정도 있는데 품질이 균일하지가 않아 농가에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곤충 사료에 따라 생육기간, 성장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사료는 중요하다”면서 “정식 사료가 없다 보니 농가에서 직접 재료를 배합해 곤충에게 먹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곤충산업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사회인식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해 충남 당진시에서는 주민들이 지렁이 사육시설이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처리용이라며 설립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그러자 업주는 “지렁이가 유기성 오니(식품공장 등의 배출 폐기물)를 분해한다”면서 “사육과 폐기물 처리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 불법이 아니다”고 맞섰다. 결국 주민과 업주 간의 갈등은 행정소송으로 비화했다.

경북도의 농산물 쇼핑몰인 ‘사이소’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식용곤충 제품. 경북도 제공

◆신규 농가, 판로 없어 발만 동동

곤충사육에 팔을 걷은 신규 농가가 가장 진땀을 빼는 부분은 판로 확보이다. 충북지역은 곤충산업의 ‘메카’다. 2017년부터 곤충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충북지역 곤충사육 농가는 지난해 기준 252개로 종사자만 4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농가가 상당하다. 한 곤충회사 대표는 “곤충은 키우기만 하고 판매를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팔 곳이 없어 애써 사육한 곤충을 냉장시설에 보관만 하는 농가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곤충업계 관계자들 역시 시 차원의 판로 확보 및 개척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전 유성구에서 4년째 곤충농장을 운영하는 최영미(49)씨는 “시에서 곤충유통 활성화를 위해 곤충 제품 홍보 지원을 해주지만 판로 개척 등 보다 와 닿는 지원책은 찾기 힘든 편”이라며 “애완곤충 경진대회 등을 시에서 마련해주면 곤충 홍보도 되고 판로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 지원 제각각… 법망부터 명확히 해야”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곤충산업이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지원책은 제각각이다. 농가에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쥐여 주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지원이 전무한 곳도 많다. 차별 없는 곤충산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질 높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곤충산업은 국비를 포함해 모두 165억원이 투입됐다. 곤충사육 시설과 장비 지원, 유통 활성화, 곤충 관련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충북은 올해 곤충사육시설 현대화를 위해 농가당 3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내년까지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 일원에 곤충산업 거점단지도 조성한다. 충북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곤충종자보급센터를 건립하고, 사료용 곤충 산업화를 위한 거점·협력농가 육성 공모에도 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주시와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선 곤충사육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농업기술센터는 유용곤충 사육 실용화 시범사업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12곳에 4억여원을 지원했다.

 

부산시는 곤충산업 지원책이 다른 지역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에 총 11개의 곤충사육 농가가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경영난으로 폐업을 한 상태다. 지원 역시 2018∼2019년 사이 부산시가 곤충사육 농가 1곳에 시비 1200만원과 구·군비 1200만원을 지원한 것이 유일하다.

경기지역도 지자체가 나서 곤충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펼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울산시 역시 곤충농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울주군에 20개 농가가 있지만, 그나마 대규모인 농가는 2곳 정도다. 이마저도 1곳은 폐업했다. 시나 5개 구·군의 지원도 전무하다.

 

경북 안동시에서 곤충을 생산하는 한 대표는 “곤충이 가축으로 분류는 됐지만 시설이나 규모 등이 법에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사실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서 “법부터 명확히 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천=배소영, 청주=윤교근, 대전=강은선 기자, 전국종합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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