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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家 ‘막내 공직자’가 트럼프한테서 얻은 값비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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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8 18:09:45 수정 : 2021-07-28 18: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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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감수하고 ‘아첨 전술’ 썼지만
트럼프, 경쟁 후보에 지지 선언

외신 “충성맹세로는 역부족…
트럼프 변호사엔 못 당해”
조지 P 부시 측이 최근 텍사스주 법무장관 후보 출마선언 행사장에서 기념품으로 돌린 슬리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 적혀 있다. 트위터 캡처

조지 P(프레스콧) 부시 텍사스주 토지공사 집행관(장관급)은 미국의 정치 명문 ‘부시 가문’의 마지막 선출직 공직자로 불린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가 그의 할아버지이고,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큰아버지이다. 아버지 젭 부시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지냈고 2016년 대선에도 출마했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P 부시는 최근 텍사스주 법무장관직에 도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으려 온갖 구애 작전을 펼쳤다. 지난 5월25일에는 트럼프와 통화한 사실을 트위터에 알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텍사스의 미래와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다”며 “그의 격려와 지지 발언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출마선언 행사장에서는 기념품으로 컵에 끼우는 슬리브를 돌렸는데, 거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자신에 대해 했던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사람(P 부시)은 나를 좋아하는 유일한 부시 가문 사람이다. 이 사람은 제대로 됐다. 나도 그를 좋아한다.”

 

트럼프는 그간 부시 가문 인사들로부터 별로 환영받지 못했으나, P 부시만큼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나라를 사회주의로부터 구할 유일한 존재”라며 트럼프를 지지한 바 있다.

 

P 부시의 아버지 젭 부시가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트럼프한테서 당한 수모를 떠올리면 비굴해 보이는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심지어 젭 부시가 “자기 부인(멕시코 출신인 콜룸바 부시) 때문에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좋아한다”는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또 이라크전을 이유로 조지 W 부시도 맹렬히 비난했었다. P 부시 입장에서 트럼프는 자기 부모를 모욕하고 큰아버지까지 비방한 ‘가문의 원수’인 셈이다.

조지 P 부시 텍사스주 토지공사 집행관의 2019년 모습. 위키피디아

P 부시는 그러나 보수의 아성인 텍사스주에서 당내 경선을 통과하려면 트럼프의 지지가 필요했기에, 굴욕을 감수하고 이런 선거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MSNBC방송은 “P 부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부친, 삼촌, 심지어 모친까지 공격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개인적 야망을 위해서라면 이 모든 것을 기꺼이 제쳐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P 부시의 기대는 빗나갔다. 트럼프가 이날 성명을 내고 P 부시의 경쟁자인 켄 팩스턴 현 텍사스주 법무장관의 재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팩스턴이야말로 “위험한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과 멍청한 공화당 진보파들로부터 미국과 텍사스를 위해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며 “팩스턴을 완전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팩스턴은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말에는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자신의 보좌관들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이지만, 트럼프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팩스턴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적어도 지금 당장은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했다고 CNN은 짚었다.

 

MSNBC는 “트럼프는 P 부시의 아첨을 좋아했지만, (지난해 대선 뒤 트럼프 선거대책본부가 출범시킨) ‘트럼프를 위한 변호사들’의 공동 의장인 팩스턴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며 “다른 공화당원들도 이날 일을 통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고, 자기 존엄성을 희생하는 것만으로는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에게 충성심이란 거래의 영역”이라며 “그는 자기에게 더 좋은 걸 주는 사람에게 더 좋은 보답을 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P 부시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고, 아마 그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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