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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행복한세상] 말의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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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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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시대엔 화가 나면 돌을 던졌다.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고,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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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모독의 막말이나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말 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한다. 설혹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할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궤도를 일탈했다면 탈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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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스페인 격언이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당연히 후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유대교 랍비 문헌에서도 "화살은 40~50보 거리의 사람을 죽이지만 사람의 혀는 하늘에 입을 두고 땅을 휩쓴다"고 했다. 옛 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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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천수경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다. 그 중 4가지는 거짓말로 지은 죄업, 꾸민 말로 지은 죄업, 이간질로 지은 죄업, 악한 말로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그때 자신의 참회가 꼭 이뤄지게 해달라고 비는 주문이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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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에는 혀에 관한 우화가 실려 있다. 어느 날 왕이 광대 두 명을 불렀다. 한 광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오라”고 지시하고, 다른 광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두 광대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다. 몇 년 후 광대들이 왕 앞에 나타나 찾아온 것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제시한 것은 모두 ‘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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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말의 진짜 생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다. 허공에 적은 말은 지울 수도, 찢을 수도 없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공기를 타고 번식한다. 내가 한 말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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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품격을 재는 잣대이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논어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 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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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한다”고 강조했다. 공자는 “더불어 말해야 할 사람에게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고 했다. 잘못된 언행으로 사람과 말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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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지만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고 했고,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역설했다. 나쁜 말을 자주하면 생각이 오염되고 그 집에 자신이 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잔인한 인과응보가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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