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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체제 언론인 안전 직접 챙기는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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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14:00:00 수정 : 2021-07-25 13: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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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보좌관, 망명한 反이란 언론인 부부 면담
“이란 정보당국 요원에 납치돼 제3국 끌려갈 뻔”
이란, “사실 아냐” 부인… 미국 “불법 단호 대처”
이란에서 미국으로 방명한 반이란 언론인 겸 활동가 마시 알리네자드. SNS 화면 캡처

이란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반체제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45)가 이란 정보당국 관계자에게 납치될 뻔한 사건 이후 백악관까지 직접 알리네자드의 신변안전을 챙겨 눈길을 끈다. 이란과 미국 간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이란에서 조만간 대미 강경파 보수 정권이 출범한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기선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정보당국 요원에 납치돼 제3국 끌려갈 뻔”

 

25일 백악관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알리네자드 및 그의 남편과 전격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현재 이란에 억류돼 있는 알리네자드의 가족과 동료들의 안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알리네자드가 그간 여성, 이란 국민, 이란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억류된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지칠 줄 모르는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알리네자드의 노력을 미국 정부는 강력히 지지한다”고 단언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알리네자드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2001년 언론사 기자로 출발한 뒤 정부 인사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사건이 그가 이란을 떠나기로 결심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2015년부터 미국에 머물며 반(反)이란 언론인 및 활동가, 여성인권 운동가 등으로 일하고 있다. 정식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주로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 방송을 무대로 뛴다. 국제인권단체가 꼽은 ‘올해의 여성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알리네자드의 신변안전이 미국에서 갑자기 관심사로 떠오른 건 최근 미국 검찰이 배후가 이란 정보기관인 것으로 추정되는 알리네자드 납치 미수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4명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피고인은 알리네자드를 강제로 이란으로 끌고 가기 위해 민간 탐정을 고용하고,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알리네자드와 가족을 감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실 아니다” 이란 부인에도 믿지 않는 미국

 

알리네자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소된) 이들은 나의 집 내부 등을 사진·영상 등으로 촬영하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BBC 방송에도 출연해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나를 찾아와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려줬다”며 “나를 제3국으로 유인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사건 전모를 들려줬다.

 

설리번 보좌관은 알리네자드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란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들이 미국을 포함한 국경을 넘어 반체제 인사, 운동가, 언론인들을 표적으로 삼는 관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인권을 침해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납치 미수사건에 대해 앞서 이란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백악관 고위 인사가 나서 이 사건 배후에 이란 정부가 있는 것처럼 못박음으로써 두 나라 관계는 한층 경색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양국은 이란 비핵화를 둘러싸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란 측의 반발이 강해 대화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최근 이란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미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8월 초 라이시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미국·이란 관계는 ‘강대강’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NYT가 “이번 이란 정보당국 관계자 기소는 양국이 불안한 관계를 지속하는 위태로운 순간에 이뤄졌다”고 평가한 가운데 라이시 정부 임기 개시 이전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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