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위치한 ‘시드볼트(Seed Vault)’가 방송에 등장한 가운데, 이는 국가보안시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드볼트’는 국내외 야생식물종자를 영구적으로 저장한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종자 저장시설로, 기후변화, 전쟁, 핵폭발과 같은 지구적 재앙이 일어나면 유전자원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씨앗 금고다.
앞서 지난달 16일 방송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시드볼트를 알리는 10분 분량의 방송이 나갔다. 당시 ‘지구 종말 대비 씨앗 저장고’란 제목으로 나간 영상에서는 시드볼트 내부 구조는 물론, 저장고의 위치, 출입 경로까지 공개됐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지난 22일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수목원관리원) 측의 말을 빌려 보안시설임에도 산림청 측은 시드볼트가 방송에 나간 사실조차 몰랐다고 전했다.
시드볼트에는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국내외 야생식물종자 4500여종 9만5000만여점이 저장돼있으며, 국가정보원은 2019년 이 시설을 국가 보안시설로 지정한 바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시드볼트를 홍보하려는 욕심에 시설보안은 등한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선 이번 촬영과 방송은 백두대간수목원이 보고나 승인 절차 없이 벌인 일”이라고 밝혔다. 수목원관리원 관계자도 “백두대간수목원이 관리원에 승인 요청도, 보고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드볼트의 노출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9년 보안시설로 지정된 이후 시설 내부 영상이 여러 방송을 통해 수차례 송출된 바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국가보안시설이 테러 표적은 물론 무단 침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험성을 안게 된 것이다.
수목원관리원 주변의 한 관계자는 “시설 보안 유지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한쪽에선 홍보에 열 올리다 일을 그르쳤다”며 “기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처사”라고 지적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한편 산림청은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주 이 시설 관리 주체인 수목원관리원에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목원관리원 산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엔 기관경고 조치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