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학번’ 악우…“정신력 강한 홍빈이 돌아올 것"

“홍빈아 무사히 돌아와라”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이 하산 도중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한 오래된 벗은 연신 한숨을 토해냈다.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2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홍빈이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친구”라며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했다. 그는 “김 대장은 불편한 몸으로 누구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14좌에 오를 만큼 정신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박 사무처장과 김 대장과 인연은 특별하다. 둘은 ‘83학번’ 동기다. 박 사무처장은 충북대에서. 김홍빈 대장은 송원대 산악부에서 각각 활동했다.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 박영석 대장(동국대 산악부)까지 ‘83학번 막역지우’다. 대학 시절 학교는 달랐어도 서로 의지하며 전국 산을 누볐다. ‘동기’라는 이름으로 서로 의지하고 때론 힘을 실어줬다. 박 사무처장은 “산악부는 거주지가 다르더라도 군대 동기처럼 우정이 끈끈하다”고 전했다.
이들을 더욱 단단히 묶어주는 건 ‘히말라야 등정’이다. 대학 졸업 후 각자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고산을 정복해 갔다. 지난 2011년 10월 중순 박영석 대장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중 실종됐다. 박 사무처장은 한 명의 악우(岳友)를 잃었다. 그는 “한 시대를 함께 한 동료이자 둘도 없는 친구를 잃어 슬픔이 너무 컸다”며 박 대장을 회상했다.

10년이 지나 그는 두번 다시 듣고 싶지 않던 소식을 다시 접했다. 김홍빈 대장이 파키스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7m) 정상을 찍고 하산 도중 실종된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며칠 동안 김 대장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괴롭다고 전했다.
김 대장이 힘들어도 내색 하지 않고 긍정 마인드가 높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사무처장은 “연락 두절 상태지만 무사 귀환을 바라는 국민 염원이 히말라야에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장의 조난을 애써 연락두절이라고 빗댔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란 믿음에서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친구였기에 반드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힘줘 그는 말했다.
김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현지시간)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를 통과하다 조난했다. 조난 상태에서 위성 전화로 구조신호를 보낸 김 대장은 다음날 오전 러시아 구조팀에 발견된 후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오다가 추락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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