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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 위해 살아줘”… 20대 백혈병 청년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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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14:45:18 수정 : 2021-07-22 14: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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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범씨 이름 딴 봉사단 모집 움직임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유준범씨가 남긴 유언. 칠곡군 제공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뤄주라.”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한 청년의 유언장이 알려지면서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유준범(20·칠곡군 왜관읍)씨. 그는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길 원했다.

 

그러나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하루하루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견뎌내던 유씨는 잠시 정신을 찾은 틈을 타 누나에게 자신의 유언을 남겼다. 자신이 다하지 못한 봉사의 꿈을 친구들이 대신 이루어 달라는 것이다.

 

“친구들아. 모두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나 이제 세상을 떠나 별이 된다. 세상을 떠나면 나는 더는 아프지 않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이다.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줘. 우리 빛이 되어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22일 칠곡군에 따르면 유씨의 선행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져 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홀몸노인을 돌봤다. 여기에 순심중 전교회장과 순심고 전교부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사교성도 뛰어났다. 탄탄한 대로를 걸어갈 것 같던 유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잇단 빈혈 증상에 2017년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초기 백혈병인 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유씨는 2차례 항암에 누나 골수까지 이식받았지만, 2019년 9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지난해 5월에는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됐다.

 

최악의 상황에도 유씨를 일으켜 세운 건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삼성 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소아암 병동에 있는 유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봉사활동을 했다. 또 2018년부터는 매달 일정액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유씨가 꿈을 이루는 것을 돕기 위해 부모님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살던 집을 월세로 돌렸다. 아버지는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식당일로 치료비를 마련했다. 누나는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주변의 기도와 유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지난 1월부터는 항암치료가 무의미해지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치료가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유씨가 태어나고 자랐던 칠곡군에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이름을 딴 봉사단 모집을 알리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되는 등 유씨를 응원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 윤경미씨는 “아들은 죽어서라도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마음에 별이 되고 싶어 했다”며 “아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으로 인해 마지막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준범이의 간절한 바람처럼 지역 사회에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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