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남자 고등학교명의 온라인 커뮤니티(A고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인근 몇몇 여자 고등학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일을 공유한 뒤, “OO일에 보건소 앞에서 보자”는 협박성 게시글과 함께 “화이자 백신인 줄 알고 맞은 것이 정자였다”는 등의 표현을 포함해 입에 담기 힘든 수위의 성희롱 댓글이 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물에 특정된 학교 소속 여학생들은 분노와 두려움을 표출하며 부산광역시교육청 등에 신고하고 있다. 현재 해당 커뮤니티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이 사건의 제보자는 21일 본지에 “부산 OO고가 가까운 옆 여고들에게 백신 맞으러 가는 날 보건소 앞에서 성적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집단적인 협박과 성희롱을 했다”고 전해왔다. 첨부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을 보면 지난 18일 여고 이름과 백신 접종일을 나열한 내용, 여고생이란 언급과 함께 성희롱성 발언이 연달아 달려있었다. 기사화하기 힘든 수준의 적나라한 표현이 수차례 등장했으며, 학교명과 접종 정보가 특정돼 있어 해당 학교 학생들은 더 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교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고 공론화하려 하자 해당 커뮤니티에는 “갤러리 하나 없애는 것으로 끝날뿐 특정성이 없어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사회생활 안 할 거냐. 이 정도는 견뎌라”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후 자신이 해당 학교 학생회, 문제가 된 댓글 작성자라고 밝힌 이들이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피해 학생들은 “실제로 글 작성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학교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커뮤니티 측은 이날 오전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A고 측에서는 “어제(20일) 학교에 제보가 들어오면서 사건에 대해 알게 됐으며 익명 커뮤니티이고 게시물도 삭제되고 있어 파악이 쉽지 않다”며 “현재 담당 부장 교사가 자가격리 중이라 복귀하는 대로 학교 입장과 대처 등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피해 학생들은 각 학교 학생회를 통해 학교측에 사건을 전달 중이며, 국민신문고와 교육청 등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여고인 B학교 측은 “백신 접종 등의 과정에서 아직 특별히 보고된 사건은 없으나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을 공론화하고 있는 학생들은 이번과 같은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여성 청소년과 교사 등을 겨냥한 남성 청소년의 사이버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A고 갤러리에는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여교사 외모 평가, “특정 여고에 원조교제하는 애들이 있다” 등 모욕성 발언이 다수 올라왔던 것이 확인됐다.
또 다른 한 제보자는 “A고등학교뿐 아니라 남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갤러리에서는 이런 글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저희 학교 갤러리에도 영양조리사님부터 선생님들, 같은 반 여학생들까지 대상으로 한 성희롱 글이 빈번히 올라온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남고 혹은 공학인 학교명을 구글에 치면 제일 상단에 그 학교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가 뜨고, 그곳에서 주변 여고 학생과 교사에 대한 성희롱, 강간 협박 등 디지털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7일 충남경찰청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충남 천안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성적 모욕과 성희롱 글을 올린 혐의로 16세 남성 등 2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청와대국민청원을 통해 “3년여 동안 온라인 공간에 모 여고를 향한 악질적인 성희롱성 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됐지만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