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집단감염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하며 첫 공개 비판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책임져야 할 분이 아무 말씀도 안 하고 계신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모든 것에 최종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국민에게 너무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가의 명령에 따른 군인에게 국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라며 “우선 충분한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 승조원 전원은 전날 오후 수송기 2편으로 조기 귀국해 민간 및 국방어학원 생활치료센터, 국군대전병원, 국군수도병원 등으로 분산 격리됐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청해부대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관련 12명 재검사 결과 4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총 확진자는 270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승조원 301명 중 90%에 달한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관련해 군과 방역당국의 안이한 코로나19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야권은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사과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군 당국을 질책하기 전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도리”라며 “문 대통령은 마치 무오류의 신의 경지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통령 본인이 책임져야 할 중대 사안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으니, 지도자 자격조차 없다”며 “문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정말 안타까워하고 속을 태운다”며 “대통령이 보고를 받자마자 참모 회의에서 공중 급유 수송기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전원 안전하게 후송시킬 수 있는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도 문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만큼 대통령이 마음이 타고 간절했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를 명령하고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사과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군이 안이했다고 한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겸허히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표시 아니겠냐”면서 “문 대통령의 질책은 아마 본인 스스로 다짐하는 말일 것이다. 모든 조치가 끝난 후에 ‘대통령의 시간’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청해부대 집단감염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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