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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군 내 진급대상자 신용정보 조회는 ‘자기결정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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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1 12:02:00 수정 : 2021-07-21 0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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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진급대상자 동의받아 진행…충성심 등 검증 목적”
인권위 “진급예정자가 제출 요구 사실상 거부 어려워
대출정보·개인채무 확인이 충성심 담보 기준 될 수 없어”

군 내 진급대상자 전원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게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보안업무훈령’상 신원조회 조사 대상과 범위에 관한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진급대상자에 대한 일률적인 신용정보 조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군사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대상자를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으로 한정해 신용정보 조회를 실시하도록 했다.

 

앞서 진정인 A씨는 국방부가 부사관 이상 진급대상자 전원에 대한 신원조회를 위해 본인이 신용정보조회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게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보안업무규정’과 그 시행규칙을 근거로 신원조회를 하는데 재산관계도 조사항목에 포함돼 있다”며 “진급대상자의 동의하에 신용정보조회서를 제출받아 채무불이행과 신용회복 지원 여부 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외부 불순세력으로부터 국가기밀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대상자의 충성심 등을 검증하고 보안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본인 동의하에 신용정보조회서를 제출받는다”는 국방부 설명에 대해 “진급예정자 입장에서 진급에 불이익이 발생할 염려 등으로 인해 피진정기관의 제출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용정보 조회 요청 당시 피진정기관으로부터 이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정보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미제출 시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등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걸 고려하면, 신용정보 제공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 제출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 “‘보안업무규정’이 신원조회 대상을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이나 검·판사 신규임용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정한 반면 피진정기관은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그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인권위는 “당사자의 카드발급내역, 각종 대출정보, 채무보증정보 및 개인채무 등의 내용을 확인하는 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성을 담보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이런 자료가 진급심사 시 대상자에 대한 불필요한 예단을 줄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비밀취급 인가자에게 재정상 문제가 있을 경우 금품수수 등 청탁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할 수 있고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국방부 주장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특정 직위에 보임하는 경우에만 재무 관련 정보를 수입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진급대상자 전원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건 기본권 제한의 최소침해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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