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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시대적 의무” 故 이건희 회장 철학 재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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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1 06:00:00 수정 : 2021-07-21 03: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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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3일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식 모습.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홍라희 관장(〃두번째) 등이 개관을 알리는 점등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을 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 ‘시대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 회장이 평생 모았고, 사후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이 사회에 환원한 미술품 중 일부가 21일 대중에 공개된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 회장의 남다른 애정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삼성과 각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생전에 발간한 에세이에서 국립박물관을 관람한 경험을 전하며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인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1993년 6월 내부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문화재다, 골동품이다 하는 것은 한데 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 박물관은 모두 개인 소장 골동품·작품의 기증에 힘입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곳이다. 고인이 일찌감치 희귀 소장품의 사회 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이 회장은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 발굴과 후원에 적극적이었다.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 회장은 삼성을 통해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유수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를 지원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 ‘삼성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를 배치해 세계 미술계가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왔다. 재능 있는 예술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유족도 이런 고인의 유지를 따르며, 그 뜻을 기리는 데 마음을 모았다. 지정문화재 및 예술성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해 고인의 바람대로 국립박물관·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고, 온 국민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은 미술품 기증 외에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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