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에 전력수급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정비를 마친 원전 3기를 조기투입하며 전력 확보에 나섰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뉴스1에 따르면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 중이었던 원전 3기를 지난주 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18일 신월성 1호기(1000㎿)의 재가동을 시작으로 신고리 4호기(1400㎿)와 월성 3호기(700㎿)가 각각 21일과 23일 운전을 시작한다.
앞서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이번주 전력 예비율이 4.2%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예비율이 3.2%(241만kW)까지 떨어졌던 2013년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예비전력은 550만㎾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550만㎾부터 100만㎾ 단위로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순이며 이번주 전력수급 전망상 예비전력이 400kW인 것을 감안할때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문제는 정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주 협소한 전력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것을 예견했음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앞서 정부의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에는 이번에 재가동 방침을 밝힌 원전 3기의 투입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주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정부가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 시점을 한 달가량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원전 3기가 재가동되면 이번주는 전주 대비 215만kW의 전력이 추가돼 공급예비율은 4.2%에서 6%대로 올라가게 된다.
안심하지 못한 정부는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전국 공공기관에 낮 시간대 냉방기 사용을 중단 또는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까지 발송하면서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공문에 따르면 냉방온도를 기존 26도에서 28도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전력 피크가 예상되는 7월 넷째 주부터 8월 둘째 주에 경북권 정부청사는 오후 2시, 서울과 인천은 오후 2시 30분, 경기권은 오후 3시, 경남권은 오후 3시 30분, 전라권은 오후 4시, 나머지 지역은 오후 4시 30분부터 각각 30분간 냉방기를 정지하거나 부하를 최소화해 가동해야 한다.
정부가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매년 여름철 냉방 운영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만 이처럼 구체적 시간까지 규정한 것은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던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폭염이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력 수급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상청은 "20일부터 하층 북태평양고기압 기단과 상층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열돔 형태의 폭염이 나타나 기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열돔은 두 고기압이 햇볕을 받아 달궈진 지표면 부근의 열을 가두는 현상으로, 열돔에 갇힌 지역은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2018년 폭염을 비롯해 올해 미국 북서부 지역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은 것 역시 열돔 현상때문이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일각에서는 '대정전'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일시 차단하는 순환정전이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이 시작된 이달 5일부터 2주간 최대수요는 기준~상한 전망 내를 기록하면서 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 중"이라며 "갑작스러운 예비력 하락에 대비해 시운전 발전자원 1490㎿, 태양광 연계 ESS 420㎿ 등 추가 예비자원 약 8.8GW 규모를 지난주까지 준비 완료해 이번주부터 예비력 상황에 따라 적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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