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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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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23:27:35 수정 : 2021-07-20 23: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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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은 먼저 짐승에게 용서를 구한 후 꼭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동물을 죽이기 전에 자기가 왜 잡아야 하는지 그 동물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 “형제여, 너를 죽여야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나는 너의 고기가 필요하다. 내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울고 있구나. 나를 용서해다오. 너의 용기와 힘과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자, 여기 나무 위에 너의 뿔을 달아주마. 이곳을 지날 때마다 너를 기억하고 너의 영혼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인디언과 같은 착한 심성을 가진 민족이 우리 조상이다. 옛날 농부들은 논두렁에 콩을 세 알씩 심었다. 한 알은 땅속의 벌레, 또 하나는 새와 짐승, 마지막 하나는 사람의 몫이었다. 봄에 먼 길을 가는 나그네는 오합혜와 십합혜, 두 가지 짚신을 봇짐에 넣고 다녔다. 마을길을 걸을 땐 씨줄이 촘촘한 십합혜를 신고, 산길이 나오면 벌레들이 깔려 죽지 않도록 씨줄이 엉성한 오합혜로 바꿔 신었다.

 

조상들은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한집에 사는 식구로 대접한 것이다. 조선 태종은 소 도축을 금지하고 세종은 도성에 몰래 들어온 백정들을 모두 잡아 해안가로 내쫓았다. 율곡 이이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소를 잡아먹는 행위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는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제사상에는 쇠고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조선시대에 우유가 보급되지 않은 것도 송아지가 먹을 젖을 빼앗아 먹는 일이 옳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물건’ 취급을 받아오던 동물이 조만간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법무부는 그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동물은 민법 98조에 따라 가전제품처럼 형체를 갖춘 ‘유체물’로 취급받다 보니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못해 반려동물을 압류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이 개정되면 반려동물은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되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생명이 물건 대접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인간들은 서로 물건처럼 짓밟는다. 선한 유전자를 가진 백의민족 후예들이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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