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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선 사기’ 논란 종지부… ‘좌파 아웃사이더’ 대통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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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19:01:41 수정 : 2021-07-20 19: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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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페루의 대통령으로 확정된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자유페루당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51)가 수도 리마의 당사 발코니에서 환호하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페루 대선을 둘러싼 ‘사기·불복’ 논란이 6주 만에 종지부를 찍고 좌파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52)의 당선이 19일(현지시간) 확정됐다. 페루에서 시골 초등교사 출신 ‘좌파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중남미의 좌파 물결이 재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페루 선거당국, ‘대선 사기’ 주장 일축하고 카스티요 당선 발표

 

외신들에 따르면 페루 국가선거심판원(JNE)은 이날 그간 제기된 이의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치고 카스티요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발표했다.

 

카스티요는 지난달 6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50.125%를 득표해 49.875%를 얻은 우파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46)에 4만4000여 표차로 앞섰지만, 후지모리 측이 대선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함에 따라 결과 발표가 43일간 미뤄져 왔다. 후지모리 측은 카스티요 지지자들이 신분을 속이고 개표요원으로 참여해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으나, JNE는 검토 결과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이로써 후지모리 후보의 ‘부녀 대통령’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그는 2011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에 도전했으나, 인권침해·부패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독재자의 후예라는 반대 정서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되어 아버지를 사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 후지모리는 본인도 감옥에 갈 수 있는 처지에 빠졌다. 2011년 대선 출마 당시 브라질 건설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그는 대통령 면책특권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대법원 앞에 게이코 후지모리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세워 놓은 후지모리 후보 인형에 "페루는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리마=AP뉴시스

후지모리 후보는 이날 대선 결과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 그것이 내가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법과 헌법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카스티요 측이 수천 표를 도둑질했다는 기존 주장은 이어갔다.

 

◆코로나 시대 빈곤 확산에 ‘깜짝’ 좌파 대통령 탄생

 

외신들은 카스티요 당선 소식을 “(페루의) 첫 농민 대통령”(AP통신), “좌파 아웃사이더의 승리”(뉴욕타임스)라고 표현했다.

 

1969년 페루 북부 카하마르카의 시골에서 문맹의 농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카스티요는 몇 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다녔고, 젊어서는 수도 리마의 호텔 방을 청소하며 돈을 벌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상하수도 설비도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사 노조 활동가가 된 그는 2017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주도했다. 그 후 대중의 시야에서 거의 사라졌던 그는 지난해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 자유페루당의 대선 후보로 깜짝 출마했다. 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 지지율은 2%에 그쳤으나, 20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했던 대선 1차 투표에서 18.9% 득표율로 1위에 올랐고, 결선에서마저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선거관리위원회(JNE) 밖에 페드로 카스티요 대선 후보의 사진이 세워져 있다. 리마=AP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구 약 10%가 빈곤에 빠질 정도로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면서 페루 유권자들이 좌클릭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스티요 지지자 중 상당수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이끈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카스티요가 개혁하기를 바라며 그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후지모리표 신자유주의가 페루의 경제 성장을 이끌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엔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카스티요에게 한 표를 던진 상점 주인 마누엘 산티아고(64)는 “(후지모리 집권 이후) 30년 동안 거대 사업체만 배를 불렸고 빈곤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똑같은 경제정책의 되풀이에 질렸다”고 말했다.

 

카스티요는 전통적인 농부 모자를 쓴 채 전국을 누비며 서민 출신 이미지를 부각했다. 정치권에서는 아웃사이더나 다름없었지만, 2018년부터 대통령 2명과 임시 대통령 2명이 부패 스캔들과 항의 시위 등으로 물러날 만큼 혼란스러운 정국에서는 장점으로 통했다. 청렴한 서민 후보라는 인식이 유권자에게 통한 것이다.

 

그는 커다란 연필을 겨드랑이에 끼고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또 ‘부유한 나라에서 더는 가난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정치·경제 체제 개혁을 약속했다. 구리 등 풍부한 광물로 발생하는 부를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위해 경제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페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NYT에 “그의 승리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페루의 대선후보인 좌파 자유페루당 페드로 카스티요가 차기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 발표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한계도 명확…좌파 물결 여부 두고 봐야

 

코로나19로 인한 빈곤, 빈부 격차의 심화와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상은 중남미 대부분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페루와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8년부터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 좌파 정권이 탄생한 가운데 지난해 볼리비아에선 좌파가 1년 만에 재집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루과이에서는 15년 만에 우파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올해 에콰도르에서도 우파 후보가 당선된 만큼 ‘좌파 강세’가 뚜렷하고 일관된 흐름은 아니다.

 

페루 대선 과정에서 보인 카스티요의 돌풍이 취임 후 지속할지도 의문이다. 정치적 경험과 대중성이 부족하고, 의회·군대·언론·엘리트층의 지지기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혁 동력을 만들어내기가 대단히 어려운 조건이라는 뜻이다. 페루의 정치학자인 마우리시오 자발레타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중남미 좌파 물결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이 모두 대선에서 커다란 격차로 승리했던 점을 언급하며 “카스티요는 그러한 현상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카스티요 당선인의 향후 행보와 올해 11월 칠레 대선, 내년 5월 콜롬비아 대선까지 지켜봐야 중남미 좌파 물결의 재연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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