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삼킨 역병 다룬 시리즈 후속작
시즌 1·2서 K좀비 저력 전 세계 과시
6부작이던 전과 달리 92분 단편 제작
전지현, 역병환자 사냥꾼 ‘아신’ 연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K좀비의 저력을 보여줬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리즈의 후속작이자 스페셜 에피소드인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이 23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한다.
2019년 1월 공개한 ‘킹덤 시즌1’과 이듬해 3월에 선보인 ‘킹덤 시즌2’의 배경은 조선이다.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질인 역병(생사역)이 돌고, 그 역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치 좀비처럼 변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에 세자 이창은 동래(지금의 부산)로 내려가 원인을 밝히려 하고, 세도가인 조학주는 이창 일행을 죽이려 한다. 이창 일행은 조학주의 방해에도 역병의 원인이 생사초라는 식물과 그 식물에 붙어있던 벌레의 알이라는 것을 찾아낸다. 이후 조학주를 물리치고 한양 궁궐을 점령한 좀비들을 처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킹덤’ 시리즈는 느리게 움직이는 서양 좀비와 달리 정상인들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역병 환자를 비롯해 정적이고 아름다운 조선의 풍광 및 궁궐, 전통 의복과 갓 등 한국의 신선한 이야기와 멋을 담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즌1과 시즌2 모두 뉴욕타임스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10에 선정되고, 로튼 토마토에서 96%(2021년 6월 말 기준) 신선도를 기록하는 등 평단과 시청자 모두에게 작품성도 고루 인정받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아신전’은 ‘킹덤 시즌1·2’보다 앞선 시점을 다룬다. ‘킹덤 시즌2’ 말미에 등장해 무수한 궁금증을 낳았던 역병 환자 사냥꾼 ‘아신’의 정체, 생사초에 얽힌 비밀과 기원이 밝혀진다는 소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남쪽 끝 동래에서 시작돼 한양까지 삽시간에 조선 땅을 뒤덮었던 역병이 수년 전 북방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알리며 ‘킹덤’ 시리즈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대했다.
‘아신전’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세종 때 설치됐으나 백 년 넘게 출입이 금지된 폐사군의 일대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던 함경도 변방의 성 밑 주변에서 거주하던 ‘아신’이 우연히 생사초를 발견하며 거센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는 이야기다. 각 6부작이었던 ‘킹덤 시즌1·2’와 달리 1편, 92분으로 제작됐다.
2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는 “생사초가 차가운 성질을 가진 풀이다 보니 폐사군, 개마고원 등 조선의 북방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아신전’ 기획 계기를 설명했다.
‘아신전’을 꿰뚫는 주제는 ‘한(恨)’이다. 김 작가는 “이전 시즌에서 ‘배고픔’과 ‘피’를 이야기했다면, ‘아신전’에서는 조선의 북쪽 끝 경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신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서러움이 한이 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시즌1·2에서 조선의 아름다움을 담았다”며 “‘아신전’에서는 차가운 북방의 광활함과 거대한 침엽수림의 색채, 자연 속에 묻힌 북방의 잔혹함과 스산함을 영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신전’은 ‘킹덤 시즌 1·2’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킹덤 시즌 1·2’의 등장 인물이 일부 다시 출연한다. 어영대장 민치록으로 분해 궁궐에서 세자 이창과 함께 생사역과 맞서 싸웠던 박병은이 대표적이다. 그는 북방의 경계를 지키는 군관으로 돌아와 아신과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낸다. 게다가 김뢰하가 부락 전체를 돌보며 조선의 밀정 역할도 마다치 않는 아신의 아버지 ‘타합’, 구교환이 조선의 북쪽 경계를 위협하는 파저위의 수장 ‘아이다간’으로 새롭게 등장해 ‘아신전’만의 이야기를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아신전’의 정점은 주인공 아신을 연기한 전지현이다. 김 작가는 “아신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무사”라며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신이 ‘킹덤 시즌3’에도 출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킹덤 시즌2’ 말미에 짧게 등장하면서 시리즈로의 합류를 예고한 바 있다. 김 작가는 “시즌3에 아신을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외전인 스페셜 에피소드로 아신의 과거 이야기를 따로 썼다”며 “아신은 정말 강하고 위험한 캐릭터로 조학주라는 빌런(악당)과 상반된, 많은 인물의 성장을 자극하는 극적 긴장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창 일행이 가진 목적은 조선에 퍼진 역병을 막는 것이었다”며 “이들이 죽음과 파멸만 원하는 (아신을 비롯한) 북방 인물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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