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빛나는 삶을 위한 사유를 담은 ‘중도와 물리학’ 출간

입력 : 2021-07-21 03:00:00 수정 : 2021-07-20 14:16: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도와 물리학’은 광활한 우주에서 절대 작지 않은 자기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도와 물리학/최성욱 지음/한동네/2만2000원

 

‘중도와 물리학’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20여년간 낮에는 환자를 치료하며 밤에는 유가·불가 중심의 동양 사유에 몰두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에 관해 연구해온 저자가 발견한 중도(中道)의 원리 속 삶의 환희와 평화에 관해 다루고 있다. 책에 따르면 중(中)은 평균이나 중간값 정도로 생각되기도 하고 일종의 행동철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이 어떤 특정값을 가지게 되면 또 하나의 극단이 되어 진정한 중이라 하기 어렵다. 중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고, 유(有)와 무(無) 사이를 순환함으로써 동적인 균형을 이루어 모든 존재를 공평하게 빛나게 하며 영원성을 갖게 한다. 

 

책은 1, 2부로 나뉘어서 중도를 이야기한다. 1부 원리론에서는 우주의 존재방식 중도가 어떻게 삶의 원리와 방향이 되는지에 대해서, 2부 수행론에서는 중도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좌우상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는 중도를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떠하든지 절대 짓눌리지 않는 우리 안의 ’힘’(그 힘은 공존의 과학 사랑과 자기애를 말한다)을 찾아내고, 그리하여 각자의 삶을 ‘감동적인 작품’으로 마무리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최성욱 지음/한동네/2만2000원

중도는 좌도 우도 아닌, 위도 아래도 아닌 회전운동을 한다. 이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평함을 말하고, 그 공평함이 사랑이다. 우주의 법칙이 상호공존의 사랑, 곧 중도가 아니라면, 우주는 이미 멸망했고 인간의 역사도 오래전에 끝났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매일 사람들과 충돌하고 대립하지만, 결국 파국을 막고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 왔다. 원리에는 형체가 없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해서 모두 형체를 지닌다. 또한 원리는 서로 다투지 않으면서 영원불변한 데 반해, 인간은 생로병사라는 고통과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형체를 가진 인간의 삶은 우주의 원리와는 상반된다. 그런데 인간은 형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의식이 있다. 그 의식으로 우리는 육체에 갇힌 존재 이상의 존재가 되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 깨달음이 저장되어 진화한다. 우리가 아는 대로 진화의 주체가 유전자가 아니라, 저장된 삶의 흔적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하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물질의 입장에서 본다면, 죽음은 자신의 소멸이다. 자신을 물질적 존재로 믿고 있던 입장에서는 비극이며 두려움이다. 하지만 영혼의 입장에서는 해방이다. 그것은 무겁고 딱딱한 물질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해탈의 순간이다. 육체는 영혼이 잠시 걸치는 옷과 같고, 죽음은 그 옷을 다시 벗는 과정이다. 그 옷에는 자신의 소멸을 슬퍼할 자의식이 없다. 껍데기에서 벗어난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듯이 물질에서 벗어난 영혼은 오히려 무한히 자유로워질 것이다. 죽음의 공포는 의식이 물질의 한계를 자신의 숙명으로 착각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립자뿐 아니라, 지구, 태양,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만물은 예외 없이 모두 회전하고 순환하고 있다. 존재와 순환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이다. 유와 무 사이를 순환하는 중도는 존재의 형식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따라야 할 도(道) 실상이다. 서양의 입자물리학에서는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지만, 동양에서는 이 순환하는 존재, 즉 유무의 파동을,  무엇이 순환하고 있는가를 너머, 그 순환하는 것이야말로 기(氣)라고 물리적 규정을 한다.

저자 최성욱 정신건강의학 의사는 “부단히 지식을 추구하고 합리적 이성으로 지식을 통합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집(我執)의 불꽃은 꺼지고 범아일여(梵我一如) 환희를 체득하게 될 것”이라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저자 제공

저자는 책에서 중도를 물리학적으로 논증함으로써, 보다 독자들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다져놓았다. 독자는 개인의 도덕적 미덕으로 강조되었던 중도를 우주의 존재방식이고 원리로, 우리가 따라야 할 보편 법칙으로 이해하게 된다. 즉 중도에 대한 성찰이 인도하는 삶은 자연스럽고 평온하며, 각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삶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공존의 과학, 사랑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와 고전의 문장과 물리학적인 지식을 동원해 때론 진지하고 솔직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독자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도로써 죽음 이후라든가, 환생이나 윤회처럼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저자의 유쾌하고 따뜻한 상상에도 공감하며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존재의 의미와 인생의 방향을 찾는 사람, 운명 같은 인생의 억울함에 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감동적인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려 깊은 위로가 담긴 인생설명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삶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 연구에 매달려온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빛나는 삶을 위한 사유가 오롯이 담겨있는 역작이라 할만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