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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직전 전화벨 소리… 바이든 “나한테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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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11:00:00 수정 : 2021-07-20 10: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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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터져…어색해질 뻔한 분위기 농담으로 모면
아일랜드계 후손답게 ‘문호’ 예이츠의 詩 인용도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잠시 취재진 쪽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거 누구에요? 혹시 나한테 온 전화인가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정상회담 직전 일어난 해프닝에 눈길이 쏠린다. 현장에 있던 직원 혹은 취재진 중 누군가가 실수로 휴대전화 꺼놓는 것을 잊었는지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울린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나를 찾는 전화냐’는 취지의 농담을 했고 백악관은 때아닌 웃음바다가 됐다.

 

이날 압둘라 2세 국왕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정상회담 때보다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20대 나이에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또 의정생활을 대부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보내며 세계 각국 정상과 두터운 교분을 맺어온 바이든 대통령은 압둘라 2세 국왕의 부친과도 인연이 깊다고 한다.

 

“제가 젊은 상원의원이었을 때 현 국왕의 아버님을 뵈었다”고 운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그 아드님이 국왕이 되어) 이렇게 백악관이 손님으로 맞아들인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덕담을 했다.

 

요르단은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 우방국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중동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전화 통화를 한 것도 바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과 미국의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관계에 대해 국왕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미국이 요르단에 백신을 제공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대유행의 와중에 미국이 요르단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요르단이 직면한 긴급한 문제에 관해 국왕께 직접 듣기를 고대하고…”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고 어찌 보면 요르단 국왕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바이든 대통령은 살짝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임기응변의 달인’으로 통하는 노련한 노(老)정치인답게 바이든 대통령은 재빨리 농담을 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거 누구에요? 혹시 나한테 온 전화인가요?”

 

이 말에 주변에 있던 백악관 참모와 비서진은 물론 취재진과 요르단 측 인사들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우리는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란 말로 화제를 돌리며 가까스로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압둘라 2세 국왕 앞에서 아일랜드의 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의 시(詩) 한 구절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예이츠가 1916년에 쓴 ‘부활절’이란 제목의 시에 나오는 “모든 것이 변했네, 완전히 변했군. 무시무시한 미인이 탄생했어(All changed, changed utterly. A terrible beauty has been born)”라는 구절이다. 이는 중동 지역을 비롯한 세계의 안보 환경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으며, 그동안 간과했던 요소들이 미국와 그 동맹국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안팎의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긴 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할아버지가 어릴 때 그에게 자주 들려줬다는 조언을 인용해 ”신의 은총과 이웃에 대한 호의만 있다면 우리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요르단의 굳건한 공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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